[단독 인터뷰]포수에서 투수로 변신 젠슨 “다저스 뒷문 걱정 마”

입력 2013-07-22 0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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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리 젠슨(LA 다저스). 메이저리그 사무국 제공

LA 다저스가 확연히 달라졌다. 시즌 초에 보여주었던 종이호랑이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다저스는 지난 20일과 21일 이틀 연속 (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해 후반기를 2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특히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오른 다저스의 마무리 켄리 젠슨(26)은 공교롭게도 2경기 모두 탈삼진 2개 포함 아웃카운트 3개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팀의 1점차(20일), 2점차(21일) 승리를 굳게 지켜 다저스의 후반기 전망을 한층 더 밝게 했다.

다저스는 올 초 주축타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불펜투수들마저 난조를 보여 줄곧 내셔널리그 서부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6월 괴물타자 야시엘 푸이그(23)가 팀에 합류하고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30)가 복귀하면서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브랜든 리그(30) 대신 지난 달 12일부터 마무리로 나선 젠슨이 뒷문을 잘 지키자 팀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젠슨은 마무리로 이동한 후 2승 9세이브의 호조를 보이며 21일 현재 올 시즌 3승 3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 중이다.

네덜란드의 해외 영토인 네덜란드령(領) 출신인 젠슨은 지난 2005년 다저스에 입단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젠슨이 프로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그가 포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2009년 젠슨을 불펜투수로 전향시켰고 그가 가능성을 보이자 그 해 마이너리그 최고유망주들만 참가하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로 젠슨을 보내 집중 조련했다.

젠슨은 이듬해인 2010년 더블 A에서 시즌을 맞이한 후 리그 올스타로 뽑힐 만큼 호투를 펼쳤다. 그 결과 같은 해 7월 24일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뒤 하루 뒤인 25일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0년 불펜투수로 총 25경기에 등판해 27이닝을 던진 젠슨은 1승(무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0.67의 성적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총 53 2/3이닝을 던져 2승 1패 평균자책점 2.85의 성적을 올렸다.

젠슨이 이처럼 2년 연속 호투를 펼치자 다저스는 지난해 5월 그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다. 젠슨은 지난해 시즌 말까지 총 65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2.35의 호성적을 기록했지만 심장질환이 재발해 조금 일찍 시즌을 접어야 했다. 다저스는 젠슨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애틀에서 브랜든 리그를 영입했지만 올 시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동아닷컴은 최근 국내언론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젠슨을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켄리 젠슨(LA 다저스). LA 다저스 홍보팀 제공


다음은 젠슨과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웃으며) 매우 좋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조사를 해보니 당초 포수로 입단했다가 투수가 됐더라.

“그렇다. 지난 2005년 다저스에 처음 입단할 때만해도 포수였다. (웃으며) 나름 공격적인 포수일 만큼 타격은 좋았지만 2009년 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 2009년 네덜란드 대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다. 당시 WBC에서 두 경기를 뛰며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 특히 상대팀 선수들의 도루시도를 모두 잡아낼 만큼 송구실력이 좋았다. 그러자 다저스 구단에서 강한 내 어깨를 뒤늦게 발견했는지 나를 투수로 전향시켰다. 투수로 돌아선 후 단 8개월 만에 메이저리거가 됐다. 투수전향은 내 야구인생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자 행운이었다. (웃으며) 나는 복이 많은 것 같다.”

-지난 달부터 다저스의 마무리 임무를 맡았다. 부담은 없나?

“(단호하게) 전혀 없다. 지난해에 이미 마무리 투수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부담도 없고 어려움도 없다. 어떤 상황에 등판하더라도 항상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늘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마무리로 돌아선 후 성적이 좋다. 비결이 있다면?

“마운드에 오를 때 마다 항상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즌 초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집중한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히 어떤 식으로 집중하나?

“내가 가진 역량을 믿고 잘 던졌을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아울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투수코치 및 코칭스태프들과 상의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한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다. 특히 포수였을 때는 늘 마이너리그에만 있었는데 투수로 전향한 뒤 단 8개월 만에 빅리그로 콜업돼 그 기쁨이 남달랐다.”

켄리 젠슨(LA 다저스). LA 다저스 홍보팀 제공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나?

“시즌 중에는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오프시즌이 되면 농구경기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오프시즌에는 고향에 돌아가 수영을 자주 할 정도로 수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고향에는 자주 가는 편이가?

“시즌이 끝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매년 고향에 간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타자를 상대해봤다. 가장 까다로운 선수를 꼽자면?

“나는 어떤 타자를 만나도 위축되지 않고 항상 자신 있게 던지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애리조나의 3루수 마틴 프라도를 상대로 성적이 안 좋다. 그가 리그를 대표할 만큼 강타자도 아닌데 이상하게 유독 프라도에게 약하다. (프라도는 젠슨을 상대로 5타수 3안타 타율 0.600을 기록 중이다)

-다저스의 최근 상승세가 무섭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나?

“다저스 팀 원 모두의 확고한 목표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본다. 우리는 올 초 스프링캠프 때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나가 됐고 준비도 열심히 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우리 모두의 공통목표이자 그것을 이루고 싶어하는 열망 또한 무척 강하다. 지금의 상승세를 잘 이어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목표 또한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몇 승을 하겠다는 개인 성적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항상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것이다.”

-사전조사를 해보니 결혼유무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

“아직 미혼이다. 하지만 약혼자는 있다. 미국 오하이오 출신의 여성으로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다.”

-이른 감이 있지만 미리 결혼을 축하한다.

“하하. 고맙다.”

켄리 젠슨(LA 다저스). LA 다저스 홍보팀 제공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 편인가?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 다만 일정한 시간에 야구장에 나와 정해진 일들을 항상 같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하면서 경기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없다.”

-야구는 언제 처음 시작했나?

“6살 때였던 것 같다. 리틀리그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평생 야구만 함 셈인데 젠슨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인가?

“어려서부터 야구를 시작했고 야구로 인해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야구는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지만 알다시피 평생 야구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째거나 야구를 하는 동안만큼은 누구보다 즐겁게 즐기면서 하고 싶다.”

-지난 시즌 자료를 보면 컷패스트볼 의존도가 무려 93%로 나와있다. 한 가지 구종을 너무 많이 던지는 것 아닌가?

“지난 시즌에는 그랬지만 올해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포심 속구도 가다듬으면서 갈수록 구종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다 잘 먹는 편이지만 특히 로스트 치킨과 콩 음식을 좋아한다.”

-한국에도 다저스 팬들이 많다. 끝으로 그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나 또한 다저스의 일원이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할 만큼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와 더불어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이다. 우리 팀이 올 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도 많이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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