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현대
매끄럽지 않던 이별 잊고 전북의 필승 지휘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전운이 감돈다. 선두(14승5무3패·승점 47) 전북도, 2위 수원(11승7무4패·승점 40)도 꼭 이겨야 한다. 정규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2관왕을 노리는 전북은 여유 있을 때 최대한 격차를 벌려야 하고, 수원은 추격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 26일 상황과 비슷하다. 그 때도 수원에 승점 7점을 앞선 전북이 1위를 달렸는데, 전북이 수원을 1-0으로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
이렇듯 운명적 한 판을 앞둔 두 팀에는 묘한 연계점이 있다. 전북 최강희(56·사진) 감독이다. 그는 1995년 김호(71) 전 감독을 도와 수원 트레이너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코치(1998∼2001년)로 활약했다. 이후 국가대표팀 코치를 경험했고, 2005년 7월 전북 지휘봉을 잡았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2011년 12월∼2013년 6월) 당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잠시 외도를 했지만, 전북에서 최 감독은 ‘팀의 르네상스’를 일군 영웅이다.
그런데 수원과의 이별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결별 이유 등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최근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자리에서 직접 물었다. 최 감독에게 수원은 어떤 의미냐고. 돌아온 답은 명료했다. “고맙고 서운한 팀이다.”
사실 전북에게 수원은 유쾌한 기억만이 아니었다. 전북은 2000년부터 2006년 초까지 수원에 22경기 연속무승(9무13패)으로 밀렸다. 최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북 구단이 내건 조건이 있었다. ‘수원은 꼭 이겨달라’는 당부였다. 부임 초기 수원전을 앞둔 팀 미팅 때 그는 “수원전 승리는 10승 이상의 가치”라며 제자들에게 남다른 동기부여를 하기도 했다.
전북이 수원과의 질긴 악연을 끊은 것은 2006년 5월 21일 리그컵이었다. 3-0 완승이 기점이었다. 이후 23경기에서 10승10무3패로 수원을 압도했다. 올 시즌 2차례 대결도 1승1무다.
그러나 지금은 ‘애증(愛憎)’의 기억에서 ‘증’을 거의 떨쳤다. 명문 도약의 발판이 된 2009시즌 K리그 제패 이후 미움을 버렸다. “우린 수원을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울산현대처럼 높이, 멀리 있는 팀으로만 여겼다. 지금은 우리를 만나는 팀들이 예전 우리가 거친 치열한 준비를 하는 걸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오히려 최 감독은 “아쉽다”고 했다. “코치로 있을 때 수원이 맨체스터시티나 첼시에 버금가는 팀이 될 줄 알았다. 성장이 계속될 줄 알았다. 만약 기존의 투자 기조가 유지됐다면 경쟁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물론 최 감독은 특유의 일갈도 빼놓지 않았다. “주말(26일)에도 우리가 이긴다. 확실히 꺾어서 왜 전북인지 다시 한 번 증명해주겠다. 우린 K리그 이상의 가치를 꿈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