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수 “롤러코스터 선수 되지 않겠다”

입력 2015-08-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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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우승컵을 올린 후유증 때문일까. ‘이사장배 챔피언’ 정민수는 7월29∼30일 열린 경정서 기대이하의 성적을 올렸다. 정민수는 “쉬는 주기가 얽혀 컨디션이 안 좋았다”며 “꾸준히 성적을 올려 연말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사장배 우승 이후 경기서 3∼5착 부진
“지난주 쉴 타이밍인데 무리한 출전 패착
훈련강도 높이는 중…컨디션 되찾겠다”


혹자는 그를 ‘반짝 스타’라 불렀다. 또 다른 이는 ‘우승 후유증’이라고 했다. 어떤 이는 ‘롤러코스터 선수’라고 했다. 지난 23일 열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대상경정 결승서 챔피언에 오른 정민수(40·1기) 이야기다.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했다. 정민수는 이사장배 챔피언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 1주일 뒤인 7월29∼30일 열린 경정서 속된 말로 ‘죽 쒔다.’ ‘이사장배 챔피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주 수요일(29일)과 목요일(30일) 각각 2회씩 총 4회 출전해 2착 1회에 불과했을 뿐 나머지는 3착, 4착, 5착에 그쳤다.

선수도 사람인데 늘 정상의 실력을 유지할 수만은 없는 법. 그러나 너무 했다. 순위도, 경기내용도 좋지 않았다. 김종민 같은 전통 강자에게 패했다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나머지 세 경주 모두 김영민(32·11기), 기광서(31·11기), 김승택(35·7기) 등 B1급 후배들에게 무릎 꿇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더욱이 네 경주 모두 소개항주(백스트레치 일정 150미터 구간의 가속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모터의 상중하를 구분한다)기록이 좋았다는 점에서 모터 탓만을 할 수도 없게 됐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정작 그는 태연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되레 씩씩했다. ‘6년 만에 대상경정서 우승하고 너무 들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자 대답 대신 “하하하” 웃음 먼저 터뜨렸다. 그리곤 별 것 아니라는 듯 말을 이어갔다. “지난 주 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출전하게 됐다. 몸 사이클이 쉬는 주기인데 경기에 나서니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특히 첫 게임에서 치고 나가 연승을 쭈∼욱 끌고 나가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자아비판’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맞다. 정신이 좀 흐트러진 것 같다”고 했다. 이사장배 우승 뒤 들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의미다.

정민수의 ‘이틀 부진’은 데미지가 크다. 당장 지난주 부진으로 다음주(8월12∼13일) 열리는 그랑프리 포인트 쟁탈전에도 선발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직전 한 달 성적 상위 12명에만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7월 한 달 성적만을 놓고 보면 2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연말 그랑프리 대회에 한 번도 뛰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은 꿈의 무대가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그랑프리 포인트 쟁탈전에 나가 꾸준히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데…”라고 아쉬워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다시 신발 끈을 조였다. ‘이사장배 챔피언’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다. 세종시 조치원이 집인 그는 훈련강도부터 높였다. 집 주변에 3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를 정해 놓고 워킹으로 몸을 단련시키고 있다. 좋아하는 취미인 배드민턴을 통해 순발력과 근력도 키우고 있다.

“이제 경정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아내 그리고 딸과 아들,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이다. 가장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겠다. 대상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다시금 깨달았고, 그걸 지키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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