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KBO판 ‘코리안 드림’ 돕는 통역 뒷이야기

입력 2016-09-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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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외국인선수의 한국 무대 적응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들의 ‘코리안 드림’을 뒤에서 돕는 통역의 존재는 풍작과 흉작을 가르는 또 하나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통역은 기본적으로 다른 두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간의 대화를 연결하는 임무를 지닌다. 외국인선수가 경기장 안팎에서 동료선수는 물론 감독, 코치 등과 보다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통역의 첫째 업무다.

물론 통역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선수들의 한국 적응을 물심양면으로 보살피는 일 역시 통역의 연장업무다. 여기엔 기본적인 의식주는 물론 가정생활과 유흥까지 포함되기도 한다. 각 팀 통역들의 노고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통역은 보통 선수들과 비슷하게 출퇴근 시간을 공유한다. 경기 전 연습과 경기 후 인터뷰를 끝내면 통역의 기본 일과도 종료된다. 그러나 쉬는 날에도 통역은 편히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 외국인선수가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거나 다른 동료와 식사라도 하는 날이면 요청에 의해 담당 통역도 따라가기 일쑤다. 물론 외국인선수 입장에선 낯선 한국 땅에서 ‘말벗’이 함께 한다면 안심이 되지만, 통역으로선 휴식일도 반납해야 하는 고충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앞선 사례는 약과에 불과하다. 한 통역은 자신이 담당하는 외국인 선수의 잦은 유흥으로 고충을 겪었다. 외국인 선수 스스로 음주가무를 즐겼다면 문제가 없지만 항상 통역을 대동하려고 하는 바람에 일과에 밤낮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물론 모든 통역이 어려움만 겪는 것은 아니다. 인품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만나면 친구 이상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성적이 좋은 시즌에는 통역도 덩달아 힘을 내곤 한다. 처우 역시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이제는 통역도 어엿한 구단 정직원으로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통역의 업무 비중을 높게 사는 최근의 인식 변화 덕분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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