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정PD ‘요리인류’, 이번엔 ‘도시’를 맛봤다…설 연휴 방송

입력 2017-01-25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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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요리인류' 이욱정PD가 이번에는 도시의 맛을 탐구한다.

요리하는 피디 이욱정은 전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직접 맛보고 요리하며 음식에 담겨있는 도시의 코드를 읽어낼 예정이다. 단순한 식문화 탐방에서 벗어나 인류 식문화의 트렌드와 음식에 담겨있는 전 지구적 이슈, 그리고 도시와 인간에 관한 인류학적 정보까지 도시 관상학자가 된 이욱정 PD와 함께 고품격 요리 다큐 여행이 27일과 28일 방송된다.

‘요리인류 – 도시의 맛’에서는 요리 좀 아는 남자, 요리 좀 하는 남자, 이욱정 PD가 프리젠터가 돼 저널리스트이자 셰프의 시선으로 각 도시의 맛을 찾아다닌다. 요리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려는 그의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첫 번째 도시, 미국 뉴욕은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 위에 세워진 도시다. 저마다의 성공을 꿈꾸며 이민자들이 모여들었고, 여권 없는 세계 음식 기행이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이민자의 음식 문화가 뉴욕에 뿌리내렸다. 동시에 전 세계 이민자의 다양한 식문화가 뉴욕이란 공간에서 뒤섞이며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뉴욕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냈다. 각 민족의 다양한 음식은 이제 뉴욕이란 브랜드를 달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민자들은 푸드트럭을 통해 저마다의 고향의 맛을 대륙에 전파하는 한편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다. 과거의 푸드트럭은 고국의 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던 생존형이었으나 현재는 움직이는 레스토랑이라 불릴 정도로 진화했다. 고층 빌딩에서 밥 먹으러 내려오는 데만 30분이 소요된다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뉴요커들에게 딱 맞는 레스토랑이다. 전 세계 이민자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타 민족의 음식을 맛볼 기회가 많아진 뉴욕. 그 중에서도 중국 음식은 유달리 인기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에는 없는, 미국식 중화요리 ‘제너럴 쏘 치킨’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들이 뒤섞이는, 즉 ‘샐러드 볼’이 탄생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치솟는 맨해튼의 부동산 가격으로 식당은 물론 미국 땅을 내딛는 이민자들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났다. 이들 이민자를 가장 먼저 환대하는 곳, 브롱크스다. 전 세계 소수 민족의 음식까지도 보존되어 있는 브롱크스는 뉴욕의 탄생을 고스란히 새겨놓은 기억의 지도다. 도시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브롱크스의 식품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 텃밭을 만든 교사 스티븐 리츠. 버려진 음식 쓰레기를 재활용해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내는 덤스터 다이빙까지. 사회 변화의 시작은 부엌에서, 작은 요리와 함께 시작된다.

태초에 신이 사랑하는 땅이 있었다. 동서양 교류의 길목에 위치한 비옥한 땅,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다. 그들의 축복을 시샘한 운명의 여신 탓이었을까. 트빌리시는 역사 대부분을 투르크, 아랍, 몽골, 러시아와 같은 수많은 외세의 침입과 지배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조지아인의 전통과 정체성은 잃지 않았다. 그들을 버티게 해준 것은 음식, 수프라(supra)라 불리는 조지아의 전통 향연이었다. 음식을 통해 적까지도 우호적 관계로 바꿔놓았던 문화적 생존의 힘, 무수한 외세 침입 속에서도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준 그 힘이 음식에 담겨있다. 현대 도시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태초의 도시를 발견해본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온 곳, 코카서스 산맥에 자리 잡은 조지아는 신화의 땅이다. 조지아의 수프라에 반해 가장 비옥한 땅을 신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는 그들의 탄생 설화에서부터 아직까지 신화가 유효한 이곳은 여전히 세속 단계로 넘어가지 않은 종교의 도시다. 숱한 외세의 침입 속에서 조지아인들에게 수프라는 정체성을 유지시켜준 도구이자, 고단한 현실을 잊게 해준 삶의 축제였다. 음식으로 이방인과 적까지 우호적인 관계로 전환시켰던 조지아의 문화적 힘을 실제 전통 수프라 체험을 통해 살펴본다.

한 손에는 와인잔, 다른 한 손엔 칼을 들고 있는 조지아 어머니상에는 수프라의 핵심 요소이자 와인 문명의 발상지라 불리는 조지아의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고대 수도원에서부터 크베브리라 불리는 거대한 항아리로 와인을 만드는 독특한 방법이 전해져 내려왔다. 신화와 종교의 땅에서 수도사들은 오늘도 초기 성인들의 고된 노동을 재현하고 있다. 조지아의 전통 수프라를 재현하기 위해 양질의 고기를 얻으러 간다. 트빌리시에서 200km 떨어진 코카서스 중턱의 오지 마을, 스바네티. 오늘날도 눈이 오면 외부와의 통로가 끊기는 이곳에선 사냥과 훈제염장 등으로 고기를 저장하는 중세의 습성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2010년 '누들로드'로 다큐멘터리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최고의 다큐멘터리 연출가이자 푸드멘터리의 선구자 이욱정 PD. '누들로드' 방송 직후 그는 홀연히 세계적인 요리 학교 ‘르 코르동 블루’로 요리 유학을 떠났고 셰프가 되어 돌아와 식문화에 담긴 깊이 있는 인류학과 영상미 넘치는 다큐멘터리 '요리인류'를 선보였다. 이어 요리인류 취재를 통해 만난 요리에 숨은 이야기를 전하는 데일리 프로그램 '요리인류 키친', 생산자로부터 배달 온 식재료로 이욱정 PD가 직접 요리하는 '이욱정 PD의 자연담은 한끼', 대한민국 식재료를 주인공으로 한 최초의 톡쿡(토크+쿠킹)쇼 '대식가들' 등을 차례로 기획·진행해오고 있다.

이욱정PD의 '요리인류-도시의 맛'은 27일 밤 10:00, 28일 저녁 09:40 방송되며 KBS 공식 홈페이지 및 네이버TV 요리인류 채널에서는 방송 컨텐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5분 분량의 웹다큐를 통해 각 도시에서 발견한 맛있는 에피소드들을 즐길 수 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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