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체크] ‘병원선’ 하지원X강민혁X이서원, 가족과 마주하는 법

입력 2017-09-09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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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체크] ‘병원선’ 하지원X강민혁X이서원, 가족과 마주하는 법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 그리는 의사 삼인방 하지원, 강민혁, 이서원의 가족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무속인 엄마와 평범한 삶을 원했던 딸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며 감동을 선사한 ‘병원선’(극본 윤선주, 연출 박재범). 박오월(백수련) 모녀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던 세 명의 의사 송은재(하지원), 곽현(강민혁), 김재걸(이서원)에게도 가족에 얽힌 상처가 있었다.

◆ 하지원,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부족했던 母女

은재는 엄마 오혜정(차화연)이 남긴 유품 속 편지를 품에 안고 참았던 첫 울음을 터뜨렸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헤어짐을 겪은 이 모녀에게 부족했던 것은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었다. 평생을 딸을 위해 살아왔지만 늘 부족한 엄마였고, 누구보다 자랑스러웠지만 어려웠던 딸.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이 버거웠던 은재가 늘 성공을 향해 달릴 때마다 뒤에서 존재하던 엄마 혜정. 한 순간의 외면으로 엄마는 죽었고, 은재의 가슴에는 죄책감만 남았다. 추원공(김광규)은 “죄의식만 남기고 떠난 엄마가 짜증스러워 돌겠냐”고 말했지만 사실 은재가 진정 원망했던 건 의사임에도 엄마의 병을 고치지 못했던 자신이었을 것. 그래서 은재는 그 후회가 담긴 진심으로 박오월을 살렸다. “책임져야 할 환자는 어디까지나 내원한 환자”라고 생각하는 은재가 딸까지 설득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은재는 그렇게 두 모녀에게 기회를 선물했고, 처음으로 엄마에게 용서를 구하며 오열했다. 차가운 완벽주의자 송은재의 첫 진심이었다.

◆ 강민혁, 슈바이처 아버지의 진실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곽성(정인기)은 현(강민혁)의 아버지다. 곽성을 미워하는 가족들과 달리 현은 아버지가 애틋하다. 누가 보기에도 훌륭한 의사였던 아버지를 보고 자랐기에, 현은 당연하게 의사가 됐다. 끊임없이 해외를 돌며 가족을 등한시 했을지라도 현에게 곽성은 누구보다 닮고 싶은 사람, 의사였기 때문일 것. 그러나 해외에서 의료봉사 중이라고 알려진 곽성은 사실 요양병원에 환자로 입원 중이었다. 기억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그는 아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날 밤 도망만 안쳤어도, 밤새 찾으러만 안 다녔어도 너 사고칠 일 없었어”라며 남편을 원망하는 현의 어머니 이수경(남기애)을 통해, 현이 기관 내 삽관을 할 때마다 손을 떠는 트라우마의 원인에 아버지가 존재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누구보다 아버지를 연민하고, 사랑하며, 언젠가는 아들 곽현을 기억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 이서원, 父子 갈등 속사정 형의 죽음

‘형의 죽음’ 이후 갈등의 골이 절정에 달한 아버지 김수권(정원중)과 아들 김재걸(이서원). 재걸은 늘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했다. 잘나도 너무 잘난 형의 뒤에서 늘 함께 걷는 아버지와 형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자랐기 때문.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외과의사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한의학을 택한 이유도 실은 온전한 자신으로 아버지의 인정을 바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은 죽었고, 아버지의 원망은 오롯이 재걸을 향해 있다.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자책과 ‘나를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를 향한 미움’으로 가득해 보이는 가시 돋친 재걸의 진심을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다른 이유로 가족과의 상처가 있는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평생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를 그리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며, 또는 누구보다 아버지의 사랑이 고프다는 것. “다만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노인과 청년을 뛰어넘어 진심을 전하는 세대 공감 휴먼드라마가 되길 바란다”는 윤선주 작가의 기획 의도는 ‘병원선’에서 성장할 세 사람의 이야기가 섬처럼 떠도는, 메마르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병원선’은 매주 수, 목 밤 10시 방송된다.

사진제공= 팬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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