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벤투 감독, 문제는 골이야, 골!”

입력 2019-03-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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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22일), 콜롬비아(26일)와 A매치 2연전을 앞둔 축구대표팀의 막내 이강인(오른쪽)이 20일 ‘캡틴’ 손흥민(가운데)과 함께 비를 맞으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몸을 풀고 있다. 소집 3일차 훈련이 진행된 이날,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이강인을 왼쪽 미드필더로 활용하며 경기력을 점검했다. 파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지인이 매섭게 쏘아붙였다. “벤투 감독은 부임한 지 채 1년도 안 됐고 또 그동안 단 1패밖에 없는데, 그 결과에 비해 비난의 강도가 너무 심한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은 지난해 9월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모두 12번 싸워 7승4무1패를 기록했다. 단 한 번 진 게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당한 패배(0-1)다. 기록만보면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아시안컵 실패를 두고 비판하는 건 단지 그 1패 때문만은 아니다. 내용면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59년만의 우승’을 말끝마다 외쳤지만 실력이 모자라 무너졌다. 특히 걱정스러웠던 건 빈곤한 득점력이다. 카타르전은 둘째 치고 졸전을 벌인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전(이상 1-0 승)을 떠올리면 지금도 답답해진다.

지난달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아시안컵 결산 브리핑을 하면서 이렇게 매듭지었다. “밀집 수비를 격파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은 있었지만 득점을 만드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전술과 기술 모두 개선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이다. 상대 전술을 뻔히 알면서도 뚫지 못한 감독의 전술상 잘못과 많은 찬스를 잡고도 골을 완성하지 못한 선수들의 부진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많은 공격을 하더라도 골을 넣지 못하면 소용없는 게 축구다. 결과를 얻어야하는 효율성이 중시되는 이유다.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짜고, 수많은 훈련을 하는 것이다.

아시안컵은 이제 흘러간 물이다. 주워 담을 수도 없다. 하지만 가슴에선 지워선 안 된다. 잘못된 점을 되새기면서 개선할 줄 알아야 발전도 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소집하면서 전술 변화를 예고했다. “문전에서 마무리, 득점 찬스를 만들고도 골로 연결하지 못하는 모습, 과감함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국가대표팀의 지향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벤투 감독의 고민에는 손흥민의 활용방안이 핵심일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나 날개, 최전방 공격수 등 모든 포지션이 가능한 손흥민을 어디에 세울지가 관건이다. 단순하게 한자리의 포지션 선택이 아니다. 우리의 공격 패턴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이다.

손흥민과 호흡을 맞출 선수를 찾는 것도 고민거리다. 집중 견제 대상인 손흥민에게 공간을 열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한다.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술의 색깔이 달라진다.

손흥민은 스스로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지만 대체 자원을 찾고 손흥민을 해결사로 활용하려는 게 감독의 복안 중 하나일 것이다. 이강인이나 백승호를 이번에 소집한 이유일 수도 있다. ‘토트넘의 손흥민’과 ‘국대의 손흥민’이 다른 이유는 다양하지만 전술 실험을 통해 골잡이 손흥민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면 위기 극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결국 볼리비아(22일) 및 콜롬비아(26일)와 갖는 3월 A매치의 관전 포인트는 손흥민을 어디에 두고, 그와 호흡을 맞출 선수는 누구이며, 또 득점력이 얼마나 살아났느냐를 살피는 것일 게다.

한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다재다능한 선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감독의 판단이 중요하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또는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도돌이표처럼 등장하는 ‘손흥민 활용법’에 대해 이제는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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