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혈사제’ 음문석 “가발 벗으면 못 알아봐…이 참에 길러볼까요?”

입력 2019-04-0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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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을 벗으니 마치 다른 사람 같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장룡 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연기자 음문석은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아직은 미완성”이라고 말하는 그는 “시청자에 궁금증을 주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단발머리’ 장룡이 이렇게 뜰 줄이야
화제의 카포에라? 회식 때 아이디어
즐거운 걸 다하는 삶…그게 내 인생

야단스럽게 흩날리는 단발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미운 말투. 연기자 음문석(37)이 아니었다면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조연에 불과한 캐릭터 장룡이 이렇게 반짝반짝 튈 수 있었을까.

가장 최근 방송인 3월30일 시청률이 18.2%(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인 ‘열혈사제’에서 ‘단발 깡패’로 주목받기까지 음문석은 “억양과 행동을 철저하게 연구”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노력 끝에 시청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요즘, 일상의 순간을 떠올리던 그의 눈에서는 어느 새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군가 나를 찾아주는 것 자체가 정말 감동적인 일이에요. 누군가로부터 ‘보고 싶다’라는 말만 들어도 주책없이 이렇게 눈물이 난다니까요.”


● “단발머리 반응에 ‘깜짝’”

음문석은 ‘열혈사제’에서 틈만 나면 주인공 김해일(김남길)을 방해하고, 쏭삭(안창환)을 괴롭히는 얄미운 ‘깡패’ 장룡을 연기 중이다. ‘분노유발’ 캐릭터임에도,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코믹한 매력을 무기로 제대로 시선을 사로잡는 그를 3월29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났다.

현재 소속사가 없어 매니저의 도움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눈 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지만, 그럼에도 그가 힘을 내는 건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거운 드라마 촬영 현장 분위기” 덕분이다.

“‘열혈사제’는 모든 연기자들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맞춰 호흡을 주고받는다. 연기하기 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맛깔 나는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평소의 내 모습을 많이 집어넣어 연기하고 있다. 실제로 집안의 막둥이라 원래 애교도 많고 장난기도 많다. 지인에게 장난칠 때 보이는 깐족거림이 장룡의 모습과 상당히 닮았다.(웃음)”

“연기할수록 장룡은 내게 잘 맞는 배역”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극 중 헤어스타일을 택하기까지의 사연부터 물었다. 그가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은 데 똑 떨어지는 ‘칼 단발’이 크게 한몫했기 때문이다.

“연출자인 이명우 PD님이 처음부터 ‘장룡은 단발머리이면 좋겠다’고 해서 지금의 가발을 썼다. 그런데 마치 내 머리처럼 착 달라붙었다. 가발을 벗으면 다들 못 알아본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이 참에 길러볼까’ 싶다.(웃음) 장룡의 충청도 사투리는 내 고향 충남 온양에서 쓰는 말투다. 쫀득한 사투리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고향 친구들과도 자주 통화하면서 말의 분위기를 살렸다.”

이처럼 장룡의 모습에는 실제 음문석의 생활이 곳곳에 잘 녹아들었다. 상대 역 김남길과 대적하기 위해 요란스레 카포에라(브라질 전통무술)를 선보이는 장면은 실제로 13년간 무에타이를 연마한 덕분에 탄생했다. 또 다른 상대역인 김성균과 중국집에 앉아 낮술을 마시면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코믹한 장면도 평소의 그와 다르지 않다.

“내가 하는 모든 연기는 배우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연출자, 어떤 행동을 해도 당황하지 않고 받아주는 상대 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화제가 된 카포에라 장면은 고규필(오요한 역)이 회식 때 무심코 던진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내가 직접 짠 동작을 본 PD님이 흔쾌히 ‘오케이’ 해줬다. 드라마에서 내가 늘 괴롭혀서 미안한 (안)창환이는 ‘형 괜찮아요’라고 말하면서 더 세게 때리라고 주문한다.(웃음) 덕분에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 “가수에 연기까지, 결국 ‘종합예술’ 위한 길”

사람들이 음문석을 보면서 놀라워하는 건 연기뿐만 아니다. 2005년 가수로 데뷔해 2000년대 초 KBS 2TV ‘상상플러스’, ‘비타민’, SBS ‘야심만만’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던 화려한 이력은 ‘반전’ 그 자체다. 음문석 스스로도 “개그맨 빼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안 해본 일이 없다”며 웃었다.

“원래는 필드하키를 했다. 그러다 16살에 춤에 빠져 홀로 서울로 올라와 가수 더 원 형님을 만나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됐다. 데뷔하고 생방송 리포터, 예능 활동도 했고 댄서 경력 때문에 2013년 엠넷 ‘댄싱9’에 리더로도 출연했다. 그러다 연기는 20대 후반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노래하는 데 연기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취미삼아 시작했지만 이젠 반대로 연기에 푹 빠졌다.”

춤도, 노래도, 운동도 다 활용할 수 있는 연기야말로 그가 찾던 “종합예술”이라는 걸 깨달은 음문석은 그 길로 영상 편집까지 혼자 공부하면서 집중했다. 하고 싶은 건 놓치지 않고 곧바로 몰두한 덕분에 “누군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즐거운 걸 다 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그다.

“누군가의 흉내만 내다가는 내 길을 못 갈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음문석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다. 연기는 그 중에서도 ‘오래 하고 싶은’ 일이다. 아직 미완성이라서 앞으로 시련과 좌절이 많겠지만, 빨리 이겨내기 위해 지금도 틈만 나면 연기 연습실로 달려간다.”


● “물음표 주는 연기자 되고 싶어”

음문석은 최근 쏟아지는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때로는 부담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열혈사제’ 종영까지는 “드라마 완주에만 신경쓰겠다”며 나름의 ‘마인드 컨트롤’을 밝혔다.

“‘음문석이 했으면 좋겠다’고 오는 역할은 어떤 것이든 하겠다. 다만, 과거에 조금 화제를 모으다 관심이 그대로 멈춘 경험이 있다. 그렇다보니 지금 분위기에 들뜨지 않고 다음 발걸음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다는 음문석의 목표는 무엇일까. 고심하던 그는 “물음표 같은 연기자”라고 답했다. “어디로 튈지 몰라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겠다”면서 다시금 의지를 다진다.

연기자 음문석.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음문석

▲ 1982년 12월7일생
▲ 2005년 정규 1집 ‘SIC’으로 가수 데뷔
▲ 2005년 KBS 2TV ‘상상플러스’, ‘위기탈출 넘버원’, SBS ‘야심만만’ 등
▲ 2012년 원샷·코모와 그룹 몬스터즈 결성
▲ 이후 ‘행오버’, ‘얼레리 꼴레리’, ‘사랑 노래가 지겹다’ 등 발매
▲ 2013년 엠넷 ‘댄싱9’
▲ 2017년 SBS 드라마 ‘귓속말’
▲ 2017년 영화 ‘미행’ 감독
▲ 2019년 ‘열혈사제’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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