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F]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친절한 금자씨 #박쥐 그리고 #태도 (종합)

입력 2019-10-06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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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촬영 과정 중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6일 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필름메이커 토크2 : 박찬욱과의 대화’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해 영화인들과의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먼저,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제목은 ‘친절한 금자씨’라는 제목으로 이영애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때는 거의 뒤로 물러나서 구경꾼의 위치로 간다. 이 영화를 구상할 때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자씨가 복수극의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결국 다른 사람들의 복수극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 이유였다. 그들이 어떻게 해서 금자씨가 마련한 무대에서 복수의 드라마를 펼쳐가는 중심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사람들을 복수하는 장면이 제가 만든 영화들 중에 잘 구현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요소들이 조화롭게 결합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원도 폐교를 구해서 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찍어도 좋을 만큼 완벽한 장소였다. 가장 좋았던 장소는 교실의 천장 상태였다. 마감재가 떨어져 내리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정말 좋았다. 적당한 장소를 찾는 얼마나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는 최민식의 대사가 회심의 대사였다고 밝혔다. 그는 “알고 보니 영화 ‘뜨것운 것이 좋아’의 마지막 대사더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나중에 깨닫게 됐다. 결국 내가 보고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돌아다니다가 쓰게 됐다는 좋은 예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상 이야기도 나왔다. 박찬욱 감독은 “금자씨의 트렌치 코트가 가장 중요했다. 깃을 내릴 때는 몰랐는데 그것을 올려서 단추를 다 채우면 이만큼 올라와 얼굴의 반을 가리는 옷이다. 그가 구경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이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예상치 못한 유머가 나온다는 것이다. 극 중에서 오광록이 복수를 위해 온 자리에 흉기를 안 들고 있어 옆 사람이 빌려준다고 하자 도끼를 꺼내는 장면에서 웃음이 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유순해보이는 사람이 가장 위협적인 흉기를 꺼낸다. 게다가 폭력을 행사한 뒤 혼절을 해버리는데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두려워하고 후회하고 무서워하는 다시 가장 약한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라며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유머를 이용해 슬픈 영화를 더 슬프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했다”라며 “내가 원하는 관객 반응은 도끼를 조립하는 오광록의 모습을 보며 웃다가 그가 저지르는 행위에 자신이 웃는 것이 미안해지는 감정이었다. 죄의식이 마음 속에 생긴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최상의 관객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에 대해 작물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작품을 구상하고 찍기까지 10년 걸렸는데. 그 사이 다른 영화도 만들었지만 머릿속으로 햇볕도 주고 물도 주면서 키워온 작물 같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는 만들기까지 가장 오래 걸린 작품이다. 7년 전 뱀파이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숭고하고 선한 일을 하고 싶었던 신부가 잘못돼 뱀파이어가 됐다. 그런데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금지된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는 여자와 싸우다 죽이게 됐다. 죽이니 피가 나고 여자가 죽자 죄의식에 사로잡히다 피의 향기에 사라잡혀 욕망이 자리 잡고 주체할 수 없게 된다”라며 “그러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성을 되찾기 위해 자기 피를 줌으로서 되살리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애정에 미쳐 광기에 벌인 행동이 한계까지 갔을 때, 하나의 피가 된다는 궁극적인 단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에 대한 완성으로서 혀의 상처를 내서 키스를 해서 자신의 피를 흡혈하게 해준다. 키스 중에 키스가 아닐까. 영화 역사상 궁극의 키스를 선보이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박찬욱 감독은 상현 역을 맡은 송강호에 대해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그의 천재적인 표현력을 가진 배우다. 어떤 때는 아주 비천한 인물처럼 보였다가, 어떤 때는 고귀한 인물로 순간 순간 돌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늘 배우에게 하는 말이, 복합적인 캐릭터나 모순적인 것들을 연기하고 싶으면 동시에 그 감정을 품지 말라고 한다. 둘 다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재빠르게 기어를 바꿀 수 있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흥행 성공과 실패가 차기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전작의 성적으로 다음 영화의 파워가 달라진다. 누구가 겪는 것이고 누구나 겪는 일이라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성의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타협이 되지 않을 때면 내 의견을 들어달라고 미리 약속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 의견과 다르다고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 감독은 친구가 재산이다. 친구를 적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힘 있고 고집센 감독이라고 해도 고비를 맞게 된다”라며 “항상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싸우게 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인 카자흐스탄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를 비롯해 85개국 303편 영화가 초청됐다. 상영 부문별로는 세계 최초 상영인 월드 프리미어 부문 120편(장편 97편, 단편 23편)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부문 30편(장편 29편, 단편 1편) 등이다.

초청된 영화는 부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롯데시네마 대영 등을 포함해 6개 극장 37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남을 갖게 된다. 영화제는 12일 폐막작 ‘윤희에게’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부산|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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