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해밍턴&오취리, 두 명의 샘은 프로 불편러인가

입력 2017-04-25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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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해밍턴과 샘 오취리, 두 명의 외국인이 한 개그 프로그램이 보여준 몰상식에 제대로 뿔이 났다. 이들은 SNS를 통해 인종차별성 개그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고 이 문제는 사회적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먼저 샘 해밍턴은 “이번에 ‘웃찾사’에서 홍현희 흑인 분장하고 나왔는데, 진짜 한심하다! 도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 언제까지 할 거야? 인종을 그렇게 놀리는게 웃겨? 예전에 개그방송 한 사람으로서 창피하다”며 “분장자체 문제 아니라고 했지만, 만약에 제가 한국인 흉내내려고 분장했으면 문제 아니라고 생각할까요?라는 글을 올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한 샘 오취리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런 장면이 나오면 마음이 아프고 짜증난다. 모든 인종에 대한 비하는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 두 명의 샘이 분노한 것은 바로 SBS ‘웃찾사-레전드 매치’에서 흑인 추장 분장을 하고 나와 우스꽝스러운 춤을 춘 홍현희 때문이었다. 흑인 비하나 인종차별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검토 없이 무대에 올린 제작진이나 흑인 분장으로 쉽게 웃음을 주려고 한 개그맨들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전보다 더 신중해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국내 개그는 외모나 약자에 대한 차별 등을 소재로 활용해 왔다. 뚱뚱한 여성 개그우먼을 일방적으로 구박하거나 바보 캐릭터를 향해 가학적 행위를 시키는 방식 등으로 유지되어 왔다. 이런 악습(?)이 저변에 깔린 가운데 우스꽝스러운 흑인 분장으로 웃겨야 겠다는 발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2017년의 개그판은 황현희가 언급한 시커먼스가 인기를 얻었던 8~90년대 초반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시커먼스조차도 88 서울 올림픽 개최 당시 흑인 비하를 이유로 코너가 사라졌었다. 어쩌면 일각에서는 이번 두 명의 샘이 보여준 반응에 ‘예능을 다큐로 받았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든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라. 한 프랑스 여배우가 “한국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기 때문에 야만적”이라고 한 말에도, 동양인 비하를 위해 외국인들이 일부러 눈을 찢었던 사진에도 우리는 늘 분노하지 않았었나.

이런 면에서 보면 두 명의 샘이 이번에 보여준 반응은 이들이 ‘프로 불편러’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할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하지 않던가. 다문화 시대의 2017년인 만큼 개그 무대 역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세련함이 필요하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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