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이지훈 “악역 연기, 나도 놀랄 정도로 예민해져”

입력 2017-02-16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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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 이지훈 “‘푸른바다’ 악역 연기, 나도 놀랄 정도로 예민해져”

배우 이지훈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목구비가 아닐까. 그는 3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배우 생활 동안 때로는 동급생들을 괴롭히는 불량 학생으로, 어떤 때는 혁명을 꿈꾸는 강직한 선비로 분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특히 이지훈은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에서는 환경에 의해 점차 악에 물들어 가는 ‘이유 있는 악역’ 허치현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비록 이민호-전지현 커플이 사랑을 이루는데 방해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허치현의 개인사는 이지훈을 만나 설득력을 얻었다.

“처음 이 캐릭터를 만났을 때는 박지은 작가님의 도움으로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그걸 연기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그래도 계속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허치현에게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만들어 냈죠.”


그가 연기한 허치현은 극중에서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남자에서 허준재(이민호)에 대한 콤플렉스로 인해 점차 삐뚤어지는 인물이다 요즘 말로 하면 ‘흑화’되는 과정을 겪는 캐릭터였다.

“치현이가 처음부터 악역이 아니라 조금씩 변화하는 인물이라서 시청자들이 더 알아주신 것 같아요. 저도 시청자들께 잘 설명 드리면 치현이를 이해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작품을 할 때보다 훨씬 예민하게 굴었어요. 같이 다니는 매니저에게까지 예민하게 굴어 사과를 한 적이 있을 정도에요.”

이지훈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만든 허치현이기에 그는 자신의 제대로 된 첫 악역 연기에 10점 만점에 8.5라는 점수를 매겼다. 이런 가운데 그는 ‘푸른바다의 전설’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박지은 작가님은 순발력이나 대본에 녹아든 유머코드 등이 남다르더라고요. 특히 어느 캐릭터 하나 버리지 않고 그 스토리를 잘 챙겨주셨어요. 거기다 제가 연기하기 편하게 치현의 말투를 제 말투에 가깝게 써주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 카페에서 만났을 때 저를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정작 대본을 보니 제 말투를 캐치해 녹여내셨더라고요. 그 덕에 치현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어요.”


배우들을 인터뷰 하다보면 의외로 많은 배우들이 악역에 강한 선호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 또한 잠시 뿐, 악역을 하고 나면 소비 되는 에너지에 손사래를 치기 일쑤다. 그런데 이지훈은 “악역은 당분간 안하고 싶지만 나 스스로를 괴롭힐 수 있는 역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꼭 악역이라기보다 약자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힘들고 저를 괴롭힐 수 있는 역할 같은 거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지금의 저는 아직 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은 선배들과 만나 연기하고 더 어려운 연기에 도전하는 것뿐이죠. 전 앞으로도 오래도록 연기를 할 거에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눈앞에 인기보다는 차근차근 초석을 밟아가야죠. 언젠가 최민식 선배처럼 연기를 하려면요.”

이런 마음가짐에도 이지훈은 아직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상과 닥쳐오는 현실 사이에서 타협할 때도 많다는 것. 그럼에도 그는 “배우란 글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허치현은 몰라도 배우 이지훈이 ‘흑화’될 일은 없어 보인다. 안심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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