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고수희 “‘친절한 금자씨’, 고마운 작품이자 숙제였다”

입력 2017-10-25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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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고수희는 1999년 연극 ‘청춘예찬’으로 배우로서 첫 발걸음을 디딘 후 약 20년의 세월을 연기자의 인생길을 걸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다지 험난한 길도, 쉬운 길도 걷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갔다. 그 시간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작품을 만났다. 복이 많은 배우”라고 말했다.

고수희는 ‘청춘예찬’ 이후 영화 ‘플란다스의 개’, ‘친절한 금자씨’, ‘너는 내 운명’, ‘괴물’, ‘써니’, ‘타짜-신의 손’,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 ‘선녀씨 이야기’,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엘리펀트 송’, 드라마 ‘자명고’, ‘무신’, ‘빅’, ‘앵그리맘’ 등 다양한 작품들로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모습을 보였다. 특히 ‘친절한 금자씨’의 ‘마녀’ 캐릭터나 ‘써니’의 ‘장미’역은 여전히 회자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연극 ‘청춘예찬’이 예상보다 너무 잘 돼서 어린 나이에 나름의 ‘유명세’를 느끼고 있었어요. 데뷔작 덕분에 작품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 중에 하나가 박찬욱 감독님의 ‘친절한 금자씨’였죠. ‘마녀’가 워낙 강렬한 캐릭터라 아직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마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때일 거예요. 제게는 감사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강한 흔적을 남긴 만큼, 그 강렬함을 지우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계속해서 비슷한 캐릭터로 섭외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작품이 들어오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지만, 센 캐릭터로 이미지를 굳히게 될까 두렵기도 했다. 이에 공백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고수희는 잠시 쉼을 갖기도 했다.

약 2~3년간 쉼을 가지면서도 배움은 끊이지 않았다. 8개월간 일본어를 공부했다. 그는 “원어민 선생님에게 일본어를 배웠는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선생님과 점심도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그에게 우연찮은 기회가 찾아왔다. 한일합작연극인 ‘‘야끼니꾸 드래곤(2009)’에 참여를 했고 그 작품으로 일본에서도 권위 있는 요미우리 연극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일본 유명 배우들을 제치고 외국인으로 받은 상이기도 했다.

“예술의 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에서 합작한 작품이었어요. 정신의 선생님께서 워크숍에서 저를 캐스팅하셨죠. 이 작품으로 상을 받은 것도 좋았지만, 해외 프로덕션과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생긴 터라 더 좋았죠. 제겐 이 작품이 터닝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쉴 때 일본어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이룰 수 없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궁금해졌다. 고수희는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된 것일까. 그는 웃으며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을 꺼냈다.

“제가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웃음) 고등학교 진학 당시 선생님께서 ‘야간상고밖에는 갈 데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양호 선생님께 ‘예술 고등학교’를 소개시켜주셨고 입학을 하게 됐죠. 맨몸으로 할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잖아요? 고등학교 내내 연극을 하면서 지냈죠.”

또 고수희는 연기를 배우는 것이 생소하지 않은 일이었다고도 했다. 어렸을 적부터 혜화역 근처에서 자랐기에 영화를 보러가는 것보다 연극을 보러 가는 게 더 익숙했다. 그는 “언니가 또 연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니의 대본을 보는 게 낯설지 않았고 언니의 상대역으로 대사를 맞춰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연극을 할 때도 스태프로 있었는데 박근형 연출님께서 연기를 해보라는 말씀에 하게 된 게 ‘청춘예찬’이었다. 아무런 욕심이 없던 터라 연기를 막 했더니(?) 자연스러워 보였는지 지금까지 배우로 계속 살게 됐다”라며 웃으며 덧붙였다.

앞으로 그는 어떤 배우로 살고 싶을까. 배우로서 수많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고수희는 최근 ‘잊혀지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다고 했다.

“어떤 분이 ‘배우는 잊혀지는 게 제일 두려운 거야’라고 하시는데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연기를 할 기회도 많고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그런 기회와 도전이 사라지는 기분이랄까요. 저도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그런 두려움이 있는데 그래서 안 잊혀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제가 뭔가를 해야겠죠? 더 열심히 움직이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베테랑 토크③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나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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