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앞에서도연기의열정불태운평생배우,여운계

입력 2009-05-22 22: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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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여운계. [스포츠동아DB]

그녀의 지난 삶은 TV 드라마의 모든 것이었다.

46년간 안방극장을 지켜왔던 배우 여운계가 22일 영원히 팬들 곁을 떠났다.

62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병석에 눕기 얼마 전까지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았던 그녀.

‘무대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말을 몸소 실천해보였기에 여운계의 죽음은 남다른 의미와 함께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40년생인 그녀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에 재학하던 시절, 학내 연극단원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졸업 직후인 62년 실험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다 같은 해 KBS 공채 탤런트로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세기에 가까운 연기 인생을 통해 여운계는 수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MBC ‘대장금’을 비롯해 ‘내 이름은 김삼순’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 SBS의 ‘쩐의 전쟁’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 최근 병마로 중도 하차한 KBS 2TV 드라마 ‘장화, 홍련’까지….

그녀가 안방극장에 남긴 족적은 화려한 수상 경력으로도 엿볼 수 있다. 66년 제3회 동아연극상을 위시로 96년 SBS 연기대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에는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KBS 연기대상에서 공로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스크린에서도 여운계는 연기의 불꽃을 태웠다. 영화 데뷔작은 68년 개봉됐던 영화 ‘정 두고 가지 마.’ 이후 그녀는 70년 ‘별난 여자’, 82년 ‘만추’(晩秋), 2005년 ‘마파도’에 이어 속편에도 출연, 흥행 배우로 명성을 떨쳤다.

40년 넘게 연기에 삶음 바친 그녀의 열정은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 더욱 뜨거웠다. 암과 힘든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암으로 드라마에 도중하차했다가 다시 오뚝이처럼 재기해 안방극장에 복귀,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그녀의 유작이 되어버린 드라마 ‘장화홍련’도 마지막까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려 했다.

이제 우리는 또 한 명의 뛰어난 ‘연기의 달인’을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이 아닌, 추억의 모습으로만 기억하게 됐다.

스포츠동아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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