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이형종은 지난해 커리어 하이 기록을 잊은 지 오래다. 새 시즌에 맞춰 다시 야구화 끈을 조여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스포츠동아DB
팀 성적이 동반되지는 않았지만, 2018년은 이형종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한 해였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정식으로 치른 세 번째 시즌에 ‘커리어 하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손에 쥐었다. 타율 0.316에 13홈런을 터뜨렸다. 1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형종도 “다시 생각해보면 놀랍다. 타자로 전향해 3할에 두 자릿수 홈런을 쳤고, 풀타임도 뛰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깊은 의미를 두진 않는다. 아직 일부이자 시작일 뿐이다. 더 달려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숱한 시행착오 속에서 부지런히 기량을 키워가는 중이다. 체력 관리와 타석에서의 대처 등 스스로 돌아보기에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형종은 “7~8월에 많이 지쳤다. 시즌 중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꾸준히 관리해야한다”며 “아직 많이 부족하다.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치는 스타일이었는데, 조금 더 노림수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손목의 타이밍과 공을 두는 위치를 바탕으로 더 강한 힘을 내는 타구를 때려내는 것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LG 이형종. 스포츠동아DB
슬럼프를 깨트린 경험이 2018년 최고의 소득이다. 부상과 타자 전향 등 다사다난했던 20대를 보낸 그는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이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이를 곱씹는 날이 길다. “야구가 잘 되지 않는 것을 두고 너무 깊이 파고들었다. 2017년과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고 돌아본 그는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통해 마음을 비웠다. 생각을 단순화 한 덕분에 9월 타격 성적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성적이 떨어져도 다시 오를 수 있음을 느꼈다. 새 시즌에도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주장 김현수가 강조한 ‘즐기는 야구’와도 맞닿아 있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야구를 하라”는 것이 신임 주장의 메시지다. 이형종은 “선수들끼리 장난도 치고, 즐겁게, 눈치 보지 않고 잘 했으면 좋겠다”며 “나 역시 야구를 즐기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반성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해는 더욱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자신 있게, 자유롭게 야구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018시즌을 치르며 머리카락이 길었을 때 야구가 잘 풀렸던 기억도 되살렸다. 그 역시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마음의 안정감도 생긴다. 자연스럽게 기르게 됐다”고 했다.
잠실|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