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미씽나인’, 지나친 욕심 탓에 사라진 시청률과 화제성

입력 2017-03-03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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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시청률이 낮아도 평이 좋은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각 방송사의 간판이자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프라임 타임’ 수목드라마가 3%대 시청률이라는 것은 그냥 재미가 없음을 의미한다. 방송사로서는 굴욕적일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또 하나의 수목드라마가 쓴맛을 봤다. 매회 자체 최저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2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크리에이터 한정훈, 극본 손황원, 연출 최병길) 14회는 3.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이 기록한 시청률 3.9%보다 0.3%포인트 하락한 수치. 게다가 유일한 위안이었던 화제성마저 잃고 있다. 정경호, 백진희 등 배우들의 연기가 나쁘지 않음에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아쉬운 드라마다.

그렇다면 ‘미씽나인’의 실패 이유는 무엇일까.

‘미씽나인’은 전대미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조난된 9명의 극한 무인도 생존기를 다루며 생존하기 위한 이성과 본능 사이의 갈등, 사고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면을 그리고 있는 미스터리 장르물에서 출발했다. 방송 전부터 인기 미국드라마 ‘로스트’와 비교·언급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14회까지 방송된 ‘미씽나인’은 장르물이라기 보다는 ‘신변잡기’를 보여주는 정체성 없는 드라마다. 온갖 장르가 뒤섞여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오롯이 하나에 집중하기도 벅찬 장르물 세계에서 불필요한 요소가 곳곳에 배치돼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장르물에서는 가볍게 다뤄져야 할 ‘러브라인’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극 중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반전 속에서도 서준오(정경호 분)와 라봉희(백진희 분)는 언제나 로맨틱하고 청량하다. 채널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14회에서 뜬금없이 인형뽑기를 하는 남녀주인공의 모습은 긴장을 풀어주기 보다는 이 드라마를 왜 봐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드라마가 내세우고 있는 전대미문의 비행기 사고 미스터리라는 것과 괴리감을 준다.

선악을 분명하게 가르는 캐릭터 설정도 장르물과 동떨어진다. 악역 최태호(최태준 분)와 장도팔(김법래 분)에 편중된 선악 구조는 주말극이나 일일극에서 흔히 볼 수 설정이다. 시청자들의 이목이 두 인물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캐릭터가 빛나야 하는 순간까지 차단하고 있다.

곳곳에 배치된 코미디 요소도 문제다. 엔딩은 늘 무겁게 마무리하면서도 70분 할애한 전체 스토리는 웃음 가득한 코미디물이다. 지난 11회에서 그려진 서준오와 정기준(오정세)의 재회 과정은 쓸데없이 분량만 많은 장면으로 꼽힌다. 이렇게까지 극적인 화해를 보여줘야 하나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의 화해 장면은 이날 방송 분량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결국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일부 시청자 역시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무인도가 아닌 산으로 간 미씽나인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방송관계자는 “‘미씽나인’은 시청률이 저조했던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나 ‘원티드’보다 메시지가 약한 작품이다. 엔터테인먼트를 배경으로 발생한 미스터리 사건이라는 점에서 두 작품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시청자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도 아니고, 중간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드라마도 아니다”라며 “색다른 장르물을 표방했지만, 결국 아쉬움만 남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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