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외국인 잔혹사 끊고 첫 PS 노린다!

입력 2016-10-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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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가 이번에는 ‘외국인 잔혹사’를 지워낼 수 있을까. 우리카드는 올 시즌 공격수 크리스티안 파다르(14번)를 앞세워 빠르고 조직적인 배구를 꿈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우리카드가 이번에는 ‘외국인 잔혹사’를 지워낼 수 있을까. 우리카드는 올 시즌 공격수 크리스티안 파다르(14번)를 앞세워 빠르고 조직적인 배구를 꿈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프로배구 V리그에서 ‘외국인 잔혹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이 우리카드다. V리그에 데뷔한 2009~2010시즌(우리캐피탈)부터 쭉 그랬다. 블라도 페트코비치부터 숀 파이가~레이 제이 오웬스~바카레 다미~숀 루니~오스멜 까메호~다비드 싸보~군다스 셀리탄스~알렉산드르 부츠(등록명 알렉산더) 등 9명 중 그 누구도 팀에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이들 중 블라도와 다미, 루니만이 시즌을 완주했다. 다비드와 알렉산더는 대체선수였다. 우리카드는 매 시즌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외국인선수 선발제도가 트라이아웃으로 바뀐 2016~2017시즌, 우리카드는 ‘힐링’을 꿈꾸고 있다.



● 공격력 입증한 파다르, 무엇을 바꿔놓을까

올 시즌 우리카드의 외국인선수는 헝가리 출신 크리스티안 파다르(20)다. 트라이아웃에선 다소 낮은 5순위로 지명됐지만, 3일 끝난 ‘2016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보여준 기량은 발군이었다. V리그 역대 외국인선수 중 최연소, 최단신(196.5㎝) 선수라는 점이 주목을 끌었는데, 애초에는 작은 키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트라이아웃 당시 파다르의 사전랭킹도 24명 중 21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알고 보면 파다르는 ‘알짜’였다. 실제로 복수의 구단이 트라이아웃에서 차선책으로 파다르의 지명을 염두에 뒀을 정도다. 파다르는 KOVO컵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파다르를 지켜본 배구인들은 “5세트가 돼도 지칠 줄 모른다. 타점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엄청난 점프력으로 작은 키의 단점을 감싸는 선수들 대부분이 체력저하로 어려움을 겪는데, 파다르는 아니었다. 4경기에서 경기당 25.75득점, 62.14%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매 경기 6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보였고, 세트당 0.667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다. 그야말로 못하는 것이 없었다. 한 배구인은 “장기레이스에서 얼마나 버티느냐가관건이지만, 젊은 선수라 체력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금까지는 인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젊은 우리카드에서도 가장 어린 선수인데, 기죽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한다. 사실상 처음 느끼는 외국인선수 합류 효과는 주장 최홍석 등 동료들의 표정까지 밝게 했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높은 토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결정력이 좋은 선수다. 외국인선수의 덕목 중 하나인 오픈공격에 강점을 보인다”며 “인성도 훌륭하다. 동료들이 도와준다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카드 구단관계자도 “기량이 좋은 데다 성품도 훌륭하다. 팀에 녹아들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춘 선수”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토종 공격수 최홍석과 나경복, 센터 박상하 등이 골고루 공격루트를 넓힌다면 위력이 배가될 것이라는 평가다.

우리카드 최홍석. 스포츠동아DB

우리카드 최홍석. 스포츠동아DB



● 토종 선수들의 각성, 또 하나의 열쇠

외국인선수 한 명 잘 뽑았다고 시즌의 흥망이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 토종 선수들의 뒷받침이 없다면, 짜임새 있는 배구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카드의 토종 선수층은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최홍석(레프트)과 박상하, 박진우(이상 센터), 정민수(리베로), 김광국(세터) 등 주요 포지션에 국가대표 경험자가 버티고 있다. 2015~2016시즌까진 전력의 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외국인선수가 워낙 부진했던 탓에 토종 선수들의 자신감도 떨어졌다. 패배가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배의식이 생겼다. 김 감독이 비시즌에 선수단의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중점을 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리시브 부문 최하위(7위·세트당 8.529)에 그치며 고전했는데, 그러면서 세터의 토스가 흔들렸고,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비단 외국인선수뿐만이 아니었다. 리시브, 토스 등 기본적인 부분조차 잘 맞지 않았다. 주전 세터 김광국의 토스워크도 들쭉날쭉했다. 시즌 중반부터 백업세터 이승현(한국전력 이적)이 주전으로 나섰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이 계산했던 대부분의 상수가 변수로 둔갑했다.

‘베스트6’를 꾸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주전 라이트는 파다르다. 레프트는 최홍석과 안준찬이 유력하다. 2015~2016시즌 신인왕 나경복과 이동석, 신으뜸 등 레프트 자원은 많다. 나경복은 공격, 안준찬과 신으뜸은 리시브와 수비에 강점을 보인다. 김 감독은 “(나)경복이는 지난 시즌에 신인상을 받긴 했지만, 대학교 3학년 때 일찍 프로에 오는 바람에 몸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올해는 꾸준히 훈련하면서 정말 좋아졌다”고 했다. 여기에 내년 1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 예정인 국가대표 출신 김정환이 합류하면 공격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센터진은 박진우와 박상하가 중심을 잡고, 김시훈과 김은섭이 조커로 나설 것이다.

리베로는 정민수, 세터는 김광국이다. 특히 김광국은 올 시즌 KOVO컵에서 눈에 띄게 발전한 기량을 보여줬다.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모습도 눈에 띄게 줄었다. 김 감독은 “(김)광국이는 토스가 느린 편이라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비시즌에 오픈토스를 빠르게 연결하는 연습을 많이 하면서 좋아졌다. 자신감도 커졌다”고 밝혔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사진제공|우리카드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사진제공|우리카드



● 김상우 감독 출사표 “빠르고 조직적인 배구”

김 감독은 비시즌에 선수단을 감싼 패배의식과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고자 노력했다. 이는 정신적인 부분이다. 그러면서 ‘빠르고 조직적인 배구’라는 팀 컬러를 만들기 위해 기술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김광국에게 “오픈토스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다르와 최홍석 둘 다 오픈공격에 능하다. 최홍석은 기복을 줄여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리그 정상급의 공격력을 갖추고 있기에 여전히 매력적인 자원이다. 김 감독은 “KOVO컵에서 (최)홍석이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면 팀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홍석이는 팀에서 중요한 자원이다. 토종 선수들이 얼마나 받쳐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팀의 체질개선과 외국인선수 잔혹사 끊기,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 등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직 ‘완성형’이 아닌 발전하고 있는 팀이기에, 2마리만 잡아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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