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동안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내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디지털싱글이나 미니앨범으로 해소될 목마름이 아니었다. 크러쉬는 총 11곡의 자작곡으로 첫 정규 앨범 ‘크러쉬 온 유(CRUSH ON YOU)’를 채웠다. 전곡을 프로듀싱 했고, 준비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소감을 묻자 “후련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결실을 본 기분이에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 느끼는 뿌듯함도 있고요. 곡 안에는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에 피처링까지 수많은 정체성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혼자 프로듀싱하려다보니 힘들었요.”
뿌린 만큼 거두는 법. 많은 뮤지션들의 작업에 도움을 줬던 크러쉬는 이번 앨범에서 막강한 피처링 라인을 구축했다. 다이나믹듀오 박재범 쌈디 자이언티 리디아백 그레이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한 것. 이들은 크러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단순히 의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섭외 방법은 노래를 직접 들려주는 거였어요. 피처링을 부탁할 당사자에게 음악을 먼저 들려주면 감사하게도 대부분 수락해주더라고요.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함께할 뮤지션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기 때문에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다이나믹듀오와의 작업은 더욱 특별했다. 이들은 크러쉬가 뮤지션을 길을 걷게 된 데 크게 작용한 인물. 그는 중학생 시절 다이나믹듀오 1집 앨범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를 듣고 음악에 빠졌다. 크러쉬는 다이나믹듀오의 소속사 아메바컬쳐 오디션에서 낙방했던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사춘기 때 다이나믹듀오의 영향을 크게 받았어요. 언젠가는 저 사람과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하고 꿈을 키웠죠. 당시 아메바컬쳐 오디션에 세 차례 지원했었는데 다 떨어졌었어요. 실력은 없고 패기만 가득했던 시절이었죠.”
“‘허그 미(Hug Me)’로 개코 형과 함께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이 정말 꿈같아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신기하기도 하고요.”
타이틀곡 ‘허그 미’를 비롯해 크러쉬의 이번 앨범은 ‘섹시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보이스에서 풍기는 느낌은 물론 가사와 소재 자체도 섹슈얼하기 때문. 이는 미국의 알앤비 곡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크러쉬는 본토의 오리지날리티를 추구하고자 했다. 무대에서 안무를 선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춤에는 소질이 없어요. 하지만 힙합 알앤비, 흑인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흥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셔, 크리스 브라운, 마이클 잭슨처럼 말이죠. 퍼포먼스도 아티스트들이 가져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신인 같지 않은 신인 크러쉬. 그는 “마이클 잭슨처럼 문화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뮤지션이고 싶어요. 누군가 저를 떠올렸을 때 자기만의 것이 있고, 또렷한 목표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확실한 사람이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정준화 기자 jj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