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폭등에 유학생·해외여행객 ‘울상’

입력 2022-08-26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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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0.25%p 인상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335.20원으로 마감했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악순환으로 인해 실물 경제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주식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 사진 | 뉴시스

치솟는 환율에 고물가·고금리 악순환

美, 9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시사
향후 1400원 돌파까지 염두에 둬야
유학생들, 현지 생활비 부담 커져
한은, 물가억제 위해 기준금리 인상
윤석열 대통령의 견제성 발언에도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340원 대에 임박하며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청사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국민 여러분이 치솟은 환율 때문에 걱정이 많을 것 같다.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잘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25일 원·달러 환율은 1335.20원에 마감했다. 23일 기록한 연고점인 1345.2원보다 하락했지만, 아직 뚜렷한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아 향후 1350원을 넘어 1400원 돌파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숨 깊어지는 유학생들

달러화의 초강세는 이미 6, 7월에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7월 회의록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인한 방안으로 긴축 통화정책을 재강조하는 등 9월 FOMC 회의에서도 또 한번의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국제경제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에서 강한 긴축 기조의 타당함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러시아의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의 경제 침체 우려와 함께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진 데 이어, 중국 위안화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 심리가 확산된 영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사용 국가 유학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 탓에 현지 생활비 부담이 커져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져온 돈도 떨어져 가는데, 출국 전에 환전을 좀 더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예전보다 지출액이 늘었다. 당분간 장도 보지 말아야겠다”는 게시글과 함께 우대 환율을 받을 수 있는 은행 공유도 엿볼 수 있다.

치솟은 환율로 해외여행 포기자도 늘었다. 미국여행을 준비하던 한 대학생은 “미국 물가가 싸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올라 여행경비가 부담스러워 여행을 포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실물 경제 경고등 ‘우려’

장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돈을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물가 상승을 가져온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유와 같은 원자재를 전량 수입하기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표시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를 사용해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즉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시간을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고물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0.25%p 인상했다. 이미 4월, 5월, 7월 회의에서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물가상승 압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벌어진 환율 급등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달 미국 연준 FOMC의 자이언트스텝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됐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외국인 자본 유출이 원화 가치 하락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번 상승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2.50%가 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연 2.25∼2.50%와 상단 기준으로 같은 수준이 됐다.

또한 기준금리 상승은 상환능력 이상으로 대출을 끌어다 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 및 코로나19 여파로 대출이 늘어난 자영업자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으로 이어지고, 기업투자와 소비의 위축을 야기한다. 결국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악순환으로 인해 실물 경제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점쳐진다.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들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가는 흐름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81p(1.22%) 오른 2477.26, 코스닥은 14.23p(1.79%) 오른 807.37에 마감했지만, 지난주 초까지 안도랠리를 이어오며 2530선 위로 치솟았던 때와는 기류가 바뀌었다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한 목소리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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