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은행에서 드릴로 벽을 뚫고 금고 3000개를 턴 508억 원 규모의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독일 겔겐키르헨 경찰국 제공

독일 은행에서 드릴로 벽을 뚫고 금고 3000개를 턴 508억 원 규모의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독일 겔겐키르헨 경찰국 제공


범죄 영화를 방불케 하는 치밀한 금고 털이 사건이 독일에서 발생했다. 절도범들은 성탄절 연휴를 틈타 대형 드릴로 은행 벽을 뚫고 침입해 500억 원이 넘는 현금과 귀중품을 훔쳐 달아났다.

독일 겔젠키르헨 경찰에 따르면, 29일(현지 시각) 부어 지구 니엔호프슈트라세에 위치한 슈파르카세(Sparkasse) 저축은행에서 대규모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은행에 침입한 범인들은 대형 드릴을 동원해 지하 금고실 벽면에 구멍을 뚫은 뒤, 금고 3200여 개를 강제로 개방했다.


● 드릴 하나로 무너진 ‘철통 보안’

도둑들이 침입해 아수라장이 된 사건 현장. 독일 겔겐키르헨 경찰국

도둑들이 침입해 아수라장이 된 사건 현장. 독일 겔겐키르헨 경찰국

도둑맞은 현금·금괴·보석류 등을 포함한 피해 규모는 약 3000만 유로(한화 약 508억 원)다. 현지 경찰은 “매우 전문적이고 치밀하게 실행된 범행”이라며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한 장면 같다”고 전했다.

범인들은 인적이 드문 성탄절 연휴를 기회로 삼았다. 이들은 인접한 주차장을 통해 은행에 침입했다. 범행 전 주차장 계단에서 커다란 가방을 옮기는 남성들을 보았다는 목격담도 확인됐다.

경찰은 월요일 새벽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면서 사건을 인지했으나, 범인들은 이미 현장을 빠져나간 뒤였다. 경찰은 비슷한 시각 주차장을 빠져나간 아우디 차량 한 대를 유력한 도주 차량으로 보고 추적하고 있다.


● 금고 대부분 파손…고객들 망연자실


사건이 발생한 슈파르카세 은행 앞에 인파가 몰려 있다. BBC 갈무리

사건이 발생한 슈파르카세 은행 앞에 인파가 몰려 있다. BBC 갈무리

이번 사건으로 전체 금고의 약 95%가 파손돼 대다수 고객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 측이 제시한 기본 보험의 보상 한도는 금고당 최대 1만300유로(약 1740만 원)에 불과해 피해 보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 등을 통해 추가 보상이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건 소식이 알려지자 은행 앞은 자산을 도둑맞은 고객들로 소란이 빚어졌다. 경찰은 통제선을 설치하고 입구를 봉쇄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