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①] ‘SBS스페셜’ 최태환 CP “시사교양 위기, 변화는 선택 아닌 필수” (인터뷰)
가차 없는 ‘스킵’(skip:건너뛰다)의 시대다. 뉴스도 드라마도 예능도 ‘재미’가 없으면 영상을 보다가도 손가락 하나로 ‘스킵’하는 세상이다. 제작자들의 필수 과제는 보는 이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
시대의 요구에 따라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변화하고 있다. SBS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 스페셜’은 지난해 연말부터 다양한 파일럿을 시도해왔다. 셀럽 스토리텔러를 통해 현대사를 조명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부터 가수 선미가 함께한 아카이브 휴먼 다큐 토크쇼 ‘선미네 비디오가게’까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화두를 던졌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건 아니지만 ‘지강헌 사건’ 등으로 젊은 층의 실시간 검색어 트렌드를 이끌며 화제성을 잡았다.
파일럿 프로젝트와 함께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SBS 스페셜’. 그 중심에 있는 최태환 CP를 만나 시사교양의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SBS 스페셜’은 최근 다양한 파일럿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기존 프로그램 내에서 파일럿을 시도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A. 지난해 연말 ‘SBS 스페셜’의 CP를 맡은 후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내부에 프로젝트 팀을 만들었어요. 20년차 이상의 시니어 PD부터 4년차 주니어 PD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협업해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팀이죠.
새로운 시도의 ‘허들’을 낮추기 위한 의미도 있어요. PD들이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모두 파일럿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SBS 스페셜’에서 PD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거죠. 서로 아이디어와 제작 인력을 공유하며 서포트 하는 과정을 거쳐 ‘선미네 비디오가게’와 ‘꼬꼬무’ 등이 나왔습니다.
A. 3년차 이한기 PD가 기획한 파일럿인데 토크와 다큐가 결합된 프로그램이에요. 연차가 낮다보니 아무래도 시작이 쉽지 않았고 ‘SBS 스페셜’에서 시도하게 됐죠. ‘선미네 비디오가게’를 통해 스타 아카이브쇼의 가능성을 봤어요. 향후 몇 편 더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SBS 스페셜’의 기존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SBS 스페셜은 다큐 아니냐’ ‘요새 이상한 거 많이 하네’ ‘왜 이런 걸 하지’ 싶을 수도 있지만 추구하는 교양적 가치는 계속 유효하되 프로그램은 계속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기존 시사교양의 위기로 인한 변화로도 해석할 수 있을까요.
A. 위기감을 느끼죠.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새로운 것을 안 하면 망하는 거고요. 젊은 연령층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려면 우리가 바뀌어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SBS 스페셜’은 전통 다큐만 한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왔어요. 최근에는 그 시도가 꼭 다큐의 형식이 아니어도 할 수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특집 형태로 들어갈 수도 있는 거고요. 변화의 폭이 넓어진 거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인데 교양 PD들의 가장 큰 고민은 새로운 시도, 교양적인 가치,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메시지도 있어야 하는 거죠.
A. 좀 더 넓게 생각하려고 해요. 꼭 다큐가 아니어도 메시지를 줄 수 있으면 되니까요. 재미와 화제성은 셀럽의 도움을 많이 받으려고 하고요. 교양 프로그램에 잘 접목해서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이 교양 PD들이 안은 숙제죠. 최근 시도한 ‘선미네 비디오가게’와 ‘꼬꼬무’ 등 실험의 영역을 넓히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이달 방송 중인 ‘꼬꼬무’는 3월 2부 방송에 이어 두 번째 시도였어요.
A. 3월에 시험적으로 해본 결과 소재가 버리긴 아깝더라고요. 조금 더 발전시켜봐야겠다 싶었어요.
Q. 지난주 방송에서는 22년 전 1988년 지강헌 사건을 다뤘어요. 첫 번째 화두로 지강헌 사건을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A. 요즘 부의 독점과 벌어지는 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지강헌 사건이 주는 메시지가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했어요. 사건 자체가 소설 같기도 해서 포인트가 분명히 있고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