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패션은10대로통한다

입력 2008-01-04 09:07:28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패션 대중문화 이끄는 10대 파워 《‘거짓말’이 패션을 낳았다? 지난해 5인조 아이돌 그룹 ‘빅뱅’은 ‘거짓말’을 발표하며 각종 가요차트 1위에 올랐다. 이들은 의외의 분야에서 더 빛났다. 멤버들이 직접 디자인한 표범무늬 재킷을 비롯해 금색 재킷, 배기팬츠, 리더인 G-드래곤이 목에 두른 ‘슈마그’ 머플러 등 패션 아이템들이 인기를 얻은 것. 특히 12월 한 케이블 방송의 가요 시상식에서 G-드래곤이 입고 나온 ‘앤 드묄미스터’의 무스탕은 ‘G-드래곤 무스탕’이라며 화제가 됐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서는 의류, 액세서리, 신발 등 빅뱅의 이름이 걸린 패션 상품이 283개나 된다. 지난해 12월 본보가 패션 관계자 3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올해 패션계에 떠오른 인물로 탤런트 윤은혜, 모델 한혜진의 뒤를 이어 빅뱅이 5위에 올랐다. 철없는 10대라고? 눈을 조금만 크게 뜨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튄(튀는)’ 패션이 아닌 ‘틴(Teen)’ 패션. 대한민국 패션은 지금 10대의 손에 이끌려 가고 있다.》 ○패션의 중심에 선 아이들… 내가 띄우고 내가 입는다 빅뱅의 패션 즉 ‘빅뱅 패션’의 콘셉트는 이른바 ‘럭셔리 힙합’이다. 헐렁한 청바지나 티셔츠 등 기존의 펑퍼짐한 힙합 스타일과 달리 금색 은색 등 퓨처리즘 스타일을 근간으로 하며 검은색 스키니진을 입고 체인, 머플러, 선글라스 등 액세서리를 하는 ‘퓨전 힙합’ 형태를 띤다. 얼마 전 이들의 패션 아이템들로 인터넷 쇼핑몰을 차린 대학생 유지웅(26) 씨는 “10대뿐만 아니라 20, 30대도 쇼핑몰에 들러 옷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남성에게 빅뱅 패션이 있다면 여성에겐 9인조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와 5인조 여성 그룹 ‘원더걸스’ 스타일이 인기다. ‘소녀시대’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에서 흰색 미니원피스나 흰 운동화 등 스포티한 스타일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1집 타이틀곡 ‘소녀시대’ 때는 체크무늬 치마, ‘와펜’ 재킷, 크로스백 등 ‘프레피(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의 모습을 본뜬 학생 스타일) 룩’을 추구하며 ‘스쿨 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원더걸스’는 롱 니트 원피스, 주름치마, 캉캉 미니스커트, 줄무늬 바지 등 1980년대 복고적 성향을 띤 의상을 선보였다. G마켓에는 이들의 이름을 딴 패션 아이템이 현재 315건이나 올라와 있다. 10대 패션의 중심에 가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갈라쇼 배꼽티’로 불리는 ‘피겨요정’ 김연아의 패션 역시 10대가 띄운 히트작이다. 최근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한 그가 갈라쇼에서 입고 나온 핑크색 배꼽티가 바로 그것. 늦은 밤 클럽 파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파격적인 의상은 그의 스타일리스트이자 캐나다 출신의 무대의상 디자이너 데니스 피자칼라 씨의 작품이었다. 김연아의 소속사인 IB스포츠 구동회 이사는 “당찬 이미지,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을 주기 위해 단색 의상을 주로 고른다”고 말했다. 10대 패션은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의 패션팀 홍숙 차장은 “부모가 자녀의 옷을 대신 사 주던 과거와 달리 현재 10대는 자신의 의상을 직접 고르며 패션의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G마켓의 경우 2003년 패션몰 구매자 중 10대는 2700명에 불과했지만 4년 만인 2007년에는 2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급속하게 늘었다. ○엄마도 아빠도 함께 즐기는 패션? vs 인터넷 패스트 패션? 10대의 부상은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을 바꿔 놓았다. 20, 30대 여성을 주 고객으로 삼던 속옷 전문 브랜드 ‘비비안’은 고정 고객 중 10대의 비중이 매년 15%씩 증가한다고 밝혔다. 비비안은 곧 10대를 위한 새로운 브랜드 ‘블루 비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흰색, 핑크색 등 밝은 색과 화려한 무늬로 10대를 공략한다는 것. 10대가 좋아하는 화려한 색의 에나멜 가방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가방 브랜드 ‘비아모노’는 매달 서울 신촌의 라이브홀 ‘퀸’에서 10대만을 위한 라이브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10대 패션의 인기는 10대 문화의 흥행과 궤를 같이 한다. 빅뱅을 비롯한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10대 위주의 스타들이 대중문화를 장악하면서 패션 스타일까지 유행시킨 것이다. 이들의 스타일은 이효리로 대표되는 20대 섹시 의상이나 김희애, 김희선 등 우아한 30대 의상과는 다르다. 딸과 함께 소녀시대 미니 원피스를 입는다는 주부 양현주(45) 씨는 “최근 10대의 의상은 나도 입을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이고 편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10대 패션의 유행을 전파하는 매체다. 소녀시대의 스타일리스트 정보윤 씨는 “1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패션 감각을 기르다 보니 점차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10대 스타들 역시 이들의 구미에 맞게 빨리빨리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컨설팅업체 인터패션플래닝의 한선희 부장은 “요즘은 패션에 관심 있는 중학생들이 인터넷 패션몰을 차리는 경우가 많다”며 “10대는 패션의 소비 주체를 넘어 스스로 생산의 주체가 되려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패권’은 인터넷에만 한정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은 “10대 패션은 대부분 유행을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편”이라며 “백화점 등에서는 10대의 소비력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