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살리기’팬들이나섰다

입력 2008-01-16 13: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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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위기에 직면한 현대 유니콘스를 살리기 위해 야구팬들이 발 벗고 나섰다. KT가 현대 야구단 인수를 포기한 뒤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자 8개 구단으로 시즌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진 많은 야구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현대 구명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상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현대를 살리자는 서명운동을 적극 전개하며 누구보다 현대의 부활을 염원하고 있다. 개설 5일 만에 이미 3만명이상이 다녀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카페 운영자 kbsysjh는 “나는 현대와 아무 관계가 없는 롯데 팬이지만 자신이 응원하던 팀을 잃고 슬퍼할 현대 팬들을 생각하며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며 카페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0만명이 1만원씩만 모으면 100억이 된다. 행여 우리가 그 금액을 모으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모은다면 7개 구단과 KBO도 어떤 방법을 찾게 되지 않겠는가”라며 모금 운동을 제안했다. 하루 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현대를 위해 고통분담금 10억원을 내기로 한 것과 마찬가지로 팬들도 모금운동을 통해 재정적으로 현대를 돕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미 이 카페의 모금운동 게시판에는 수많은 누리꾼들이 모금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금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누리꾼은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해체 위기의 축구클럽을 산 엡스플리트 유나이티드의 예를 들며 현대 유니콘스를 살리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5부리그의 엡스플리트 유나이티드는 영국의 한 축구팬 사이트 회원들이 1인당 35파운드(한화 약 6만6000원)를 모아 51%의 지분을 확보, 축구 팬이 주인인 구단이 됐다. 일종의 시민구단 형태를 띠지만 팬들이 직접 온라인 모금을 통해 구단의 대주주가 됐다는 것은 스포츠 계에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또한 일부 팬들은 현대를 살리자는 청원운동을 사회 전체에 공론화시키기 위해 유력 언론에 광고를 게재하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별도의 모금도 전개되는 등 현대를 존속시키기 위해 팬들이 직접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팬들의 이 같은 눈물겨운 노력에 야구 관계자들도 고마움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 구단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팬들이 정말 한 없이 고맙지만 창피하고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토로했다. KBO의 하일성 사무총장은 “한국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 현대를 존속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팬들의 서명 및 모금운동이 실질적으로 현대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노력들이 하나둘 모인다면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팬들도 이렇게 열심인데 앞장서 사태를 해결해야 할 KBO와 7개 구단도 좀 더 분발해 주기를 기대한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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