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더잘한부분많았는데…많이잘려서아쉬워요”

입력 2008-01-22 09: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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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한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오늘 완성된 영화를 처음으로 보니 많이 잘렸네요. 아까 감독님을 툭툭 치면서 ‘왜 자르셨어요?’ 했어요.” 감정을 억누르려고 노력했겠지만, 전지현은 살짝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는데 아깝다는 듯이. 영화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만만치 않다.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31일 개봉)가 처음 공개된 21일,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연출하고 남자 배우 중 가장 주가를 높이고 있는 황정민이 출연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전지현에게 쏠렸다. 스타이긴 해도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나 ‘CF 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만든 홍콩 일본 프랑스 합작 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촬영을 마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춘 그는 이 영화가 먼저 개봉되면서 2년 만에 국내 관객의 평가를 받게 됐다. “딱 최선을 다한 만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전작에서는 열심히 안 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엔 내공이 깊은 배우(황정민)와 함께한 데다, 감독님이 길을 알려 주시고 제가 ‘아, 이렇게 걸을 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며 배우로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어요. 하지만 결과는 관객들의 몫이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홍보도 ‘배우로서의 전지현을 보여 주겠다’에 집중됐다. 전지현이 앞머리를 잘랐다, 다큐멘터리 PD를 연기하기 위해 화장기 없는 얼굴로 분투했다, ‘건강 제일주의자’인데 금연초와 저타르 담배로 골초 연기를 했다는 등 여러 소식이 연일 인터넷에 올랐다. 대본에는 욕도 많이 나왔지만 설날 개봉하는 가족 영화로 ‘전체 관람가’를 맞추기 위해 많이 고쳤다고 했다. 전지현은 자신이 슈퍼맨이라 믿고 있어 연기에서 ‘오버’를 해야 하는 황정민 옆에서 삶에 찌든 냉소적 성격의 다큐멘터리 PD 역할을 무난하게 해냈다. 정말 몰랐다. 전지현의 얼굴에 주근깨가 그렇게 많은 줄. “촬영장에서 유행어가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완전 맛있어’ 하면 ‘완맛’. 그 방식으로 표현하면 지금은 ‘완후(완전 후회)’. 하하. 후회하면서도 그렇게 연기했기 때문에 감정이 거짓 없이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화면에서만 볼 수 있는, 제가 지금까지 많이 보여 드렸던 모습으로 저런 감정을 표현한다면 느낌이 달랐겠죠.” 그는 메이크업에 관심이 없어 평상시에도 잘 안 하고 다닌다며 여배우들은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맨얼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워낙 예쁜 분들이 많으니까요. 앗, 그렇다고 제가 예쁘다는 건 아니고요….” 이 영화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슈퍼맨뿐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모두 슈퍼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영화로 인해 슈퍼맨의 정의가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전지현의 소망이다. “슈퍼맨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있냐고요? 부끄럽지만 지금은 없네요. 그러나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을 얻었어요. 그런 것들을 모르고 살다가 이제 변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시작이 반’이잖아요?”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다큐 女PD와 자신을 슈퍼맨으로 믿는 남자 이야기 작가 유일한의 동명 단편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감동을 싫어하지만 시청률을 위해서는 조작도 서슴지 않는 휴먼 다큐멘터리 PD 송수정(전지현)이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남자(황정민)를 취재하면서 그에게 동화되는 이야기. 재미있는 소재로 경쾌하게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늘어진다. 나중에 밝혀지는 슈퍼맨의 과거 사연은 인위적인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한 의도를 갖고 선하게 만든 영화인 줄 알지만 그 ‘선함’이 지나친 데다 세련미가 떨어진다. 114분짜리 공익 광고를 보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을 도와야 하고 그것은 매우 기분이 좋은 일이며 지금 북극이 녹고 있으니 우리는 지구를 지켜야 하고 현재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 대사로, 전광판의 자막으로, 내레이션으로 다양하게 관객의 머릿속에 꼭꼭 주입시킨다. 진정한 감동을 주기엔 말이 너무 많다. 다 보고 나서 든 생각. ‘알았어, 알았다고!’ [화보]‘청순+건강 미인’전지현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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