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가요순위제’부활했지만…

입력 2008-01-31 10: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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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뮤직뱅크’(금요일 오후 6시)가 최근 ‘K-차트’를 도입했다. 예전에도 음반 판매량, 음원 다운로드 횟수, 시청자 선호도 등 부문별 순위를 발표해 왔으나 이를 종합해 1위에서 50위까지 순위를 매긴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본격적인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부활인 셈이다. ‘뮤직뱅크’ 윤현준 PD는 “가요계의 최신 흐름이 어떤지를 잘 짚어 낼 수 있는 게 순위”라며 “시청자의 반응을 봐서 계속 밀고 나갈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은 순위제 부활에 대해선 아직 조심스러운 처지이다. MBC ‘쇼! 음악중심’(토요일 오후 3시 반)은 ‘모바일 랭킹’으로, SBS ‘인기가요’(일요일 오후 3시 반)는 ‘뮤티즌 송’으로 부분 차트를 시행하고 있으나 ‘뮤직뱅크’처럼 종합 순위는 내지 않는다. ‘쇼 음악중심’의 성치경 PD는 “순위제 도입은 가요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시도로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순위제 도입 여부는 방송사 나름의 방침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인기가요’ 장혁재 PD도 “현재 시행 중인 ‘뮤티즌 송’ 코너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뮤직뱅크’가 도입한 종합 순위제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고육책” “순위 매김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려 한다”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시청률도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방영분은 5.3%로 전주에 비해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최신 곡을 소개하는 지상파 3사 가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5% 내외로 2001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실정. 이런 상황에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부활을 지켜보는 시선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방송사로선 가요의 주 소비층인 10대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늘 고민해 왔다. 윤 PD는 “공정성 시비로 순위제 폐지→시청률 반 토막→안 좋은 시간대로 밀림→시청률 저조라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공정성 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면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 PD는 “가요 프로그램은 버라이어티 쇼처럼 이야기 구조를 갖기 어려운 포맷이어서 긴장감 있게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 시청률 하락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의 순위제보다 미국의 빌보드차트처럼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순위를 집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스타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의 매력이 떨어졌다”며 “집계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순위제보다 공연 문화를 활성화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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