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예인,정치소신밝히기어렵네

입력 2008-03-15 09: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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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게… 쉽지 않네요.”(이은하) 가수 이은하(본명 이효순·47)가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옹호하는 노래를 발표했다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은하는 지난 달 22일 옴니버스 ‘M보이스’라는 이름으로 ‘동네방네 예술단’이라는 앨범에 ‘한반도 대운하’를 불렀다. 아직 채택도 되지 않은 정책을 지지하는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이은하가 현 정부에 연줄을 만들려는 꼼수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유명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거침없이 밝히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연예인들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지난 해 열린 제17대 대통령 선거만 해도 몇몇 지지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몸을 사렸다. 제16대 대선에서 명계남 문성근 등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 가두 행진을 벌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것과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었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5일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가 연예인 36명의 이름으로 이 후보의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선언 직후 몇몇 연예인들은 “난 동의한 적 없다”며 반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스타들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 꺼리는 것은 본업인 연예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사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면 대출 광고를 찍은 것과 같이 특정 이미지가 정형화돼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와 함께 ‘발 빠른 줄대기’라며 그런 연예인들의 모습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대중으로부터 비난도 쏟아지기 일쑤여서 악성 댓글에 민감한 연예인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다. 혹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을 때 불어 닥칠 역풍을 우려하는 마음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연예인은 “사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각 캠프에서 후보의 홍보 효과를 노리고 연예인들을 섭외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잘못 줄을 섰다가 최악의 경우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일도 생길 수 있어 연예인은 물론 기획사들도 정중히 거절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할리우드 스타들은 각자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오프라 윈프리, 스칼렛 요한슨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방송에서 2008 미국 대선의 민주당 예비 후보 배럭 오바마를 지지하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오프라 윈프리가 오바마의 편에 서자 오바마의 전국 지지도가 상승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순재는 “미국은 연예인이 대통령도 되는데 한국 사회는 연예인이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연예인은 공인이고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이 부가되지만 그 전에 소신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국민이기도 하다”며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연예인들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을 부탁했다. 스포츠동아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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