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인터뷰]배우김정은,“아빠,의사보다배우가낫죠?”

입력 2008-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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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 생. 순)의 한 장면. 김혜경(김정은)이 선수촌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표정이 엉망이다. 하루 아침에 감독에서 선수로 강등당해 구겨진 자존심을 감출 길이 없다. 복도에 걸린 사진에 시선이 멈춘다. “좀 웃지 그랬니, 이 년아” 자조와 자위가 섞인 이 대목에서 관객은 신나게 웃었다. 배우 김정은과 ‘우. 생. 순’ 속 김정은의 차이가 빚어낸 폭소였다. 관객은 항상 웃는 김정은만 보았다. 익숙지 않은 영화 속 그녀의 모습에 일부는 삐딱한 눈길을, 더러는 의아함을 품고 있던 중 김정은은 귀여운 욕설을 섞어 “웃어라”고 말한다. ‘그래, 웃어야 김정은이 맞지’ 관객이 무릎을 치며 무너진 속사정은 그랬다.》 - 현실의 김정은은 참 많이 웃는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죄다 웃는 사진뿐이다. “웃는 연기가 우는 연기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아는지... 가끔 내 사진들을 보며 진짜 웃는 것과 가짜로 웃는 것을 구분해 보기도 한다.” -그 웃는 사진들을 보면서 독백을 해본 적이 있는가. “방안의 거울을 보며 나에게 자주 말을 건다. 진심이 아니면서 왜 웃는지, 가끔 거울 속의 ‘배우 김정은’을 스스로 질타한다. 어느 날 그 장면을 목격한 엄마는 “네가 이젠 갈 때까지 갔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 유복한 집안의 귀한 딸이다. 그런데 있는 집 자녀의 고정관념과 달리 씩씩하다 못해 ‘악바리’같은 면이 보인다. “영화 ‘사랑니’에서 함께 작업한 정지우 감독도 그런 질문을 했다. “못 먹고 자랐어? 돈이 필요해? 왜 그렇게 절박한거야”라고 물었다. 사실 아버지는 내가 교사, 약사, 의사 같은 ‘사’ 직업을 갖길 원하셨다. 보수적이고 엄한 분위기에 배우가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아버지한테 인정받기 위해 나는 이 직업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연인속 ‘애절한 나’ 잊지못해요 이번엔 모 카드 CF의 한 장면. 빨간 모자에 벙어리 장갑을 한 김정은이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부자 되세요!” 그 해의 최고 유행어가 됐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김정은을 따라다닌다. - 유행어를 만든 몇 안 되는 여배우 중 하나다. ‘부자 되세요’의 히트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요즘도 ‘부자 되세요’란 의미가 어떻게 다가갔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어제와 오늘과 그리고 내일도 사실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도 (여러분) 괜찮아요.” 아마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배우이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 명랑의 대명사인 김정은이 정통 멜로 ‘연인’에 출연한 것은 모험이라고 생각하는데. “모험을 하지 않으면 얻는 것은 결국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연인’을 하면서 ‘김정은도 때론 애절하다’는 것과 무엇보다 ‘진짜 연인’(이서진)을 얻는 이를테면 성공을 거뒀다. 그 드라마를 통해 ‘진심을 이기는 연기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진짜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알아버렸는데 앞으로도 멜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가짜지만 진짜처럼 보이게 해야 하는 숙제이자 딜레마가 남았다.” - 유행어만큼 유행가도 화제였다. 배우로선 최다 히트 곡 보유자 아닌가. “친구들이 가끔 ‘그동안 부른 노래들을 모아서 앨범 내도 되겠다’는 농담도 가끔 한다. 사람들이 사랑해준 노래가 밝은 느낌 일색이라 다행이다. 부수입도 짭짤했다. 노래 부르길 좋아해 라이브 토크쇼 ‘초콜릿’의 진행을 선뜻 하겠다고 나선 것도 있다.” ○데이트 눈치보면 서진씨가 혼내요 SBS 라이브 토크쇼 ‘초콜릿’의 한 장면. 이서진이 특별 출연해 임재범의 히트 곡 ‘고해’를 열창하고 있다. 먼발치에서 진행자인 김정은이 지긋한 눈빛으로 이서진을 지켜보고 있다. 첫 방송을 기념한 연인의 빅 이벤트였다. - 세레나데 격인 ‘고해’의 화답가는. “(이)서진씨가 노래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 노래방에 가면 도무지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 답가를 불러줄 기회가 전혀 없었다.” -라이브 토크쇼 ‘초콜릿’을 진행한 의도 가운데 축가 가수 섭외를 위한 숨은 뜻이 있었던 건 아닌지. “농담인가? 흥미로운 접근이긴 하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 스타 커플의 고충은 무엇인가. “특별하게 없다. 숨어서 연애하지는 않으니까. (이서진) 오빠의 덕이다. “즐겁게 연애하는데 왜 사람들 눈치를 봐야하느냐”고 가끔 날 혼낸다. ‘초콜릿’ 때도 사실 출연하지 않길 바랐는데 “죽어도 나온다”고 했다(웃음). 사람들이 “쟤들은 쌍으로 방송이나 언론에 너무 자주 나와 염장지른다”고 할 것 같아 송구하고 한편으로 두렵다.” - 스타 커플에게 삶의 모범을 요구하는데. “연예인은 상대적으로 유명한 사람일 뿐이지 공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범이란 관점보다는 보통 연인들 사이에서도 서로가 지키기로 한 약속이란 것은 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범법 행위를 하지 않기만 하면 스타 커플은 그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겠는가. ” 허민녕기자 justi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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