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첫홈런…‘잠실지역구’서웃었다

입력 2008-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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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에 빠진 팀들에게서는 한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투타의 엇박자라든가, 주눅 든 플레이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바로 ‘소심증’이다. 두산이 딱 그랬다. 2일 광주 KIA전부터 8일 잠실 한화전까지 내리 6경기를 지다보니 선수단은 물론 구단 직원들까지 초조해 보였다.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엇비슷한 행보를 걸었기에 한가닥 희망은 품고 있으면서도 역시 연패는 달갑지 않은 손님인 듯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감지됐다. 간판타자 김동주가 2-1로 앞서던 6회 잠실구장 좌측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2점 아치를 그린 뒤에도 두산 구단의 한 직원은 “아직 몰라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맞는 말이다. 아직 3이닝이 남아있었기에 당연한 얘기였다. 그러나 두산이 연패에 빠져있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에이스 개리 레스가 5.2이닝을 5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늠름한 불펜요원 임태훈이 삼진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점이라도 앞서고 있다면 “우리가 이길 것 같은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법하다. 더군다나 김동주가 ‘한건’을 했다면 “오늘은 우리가 이겨요”라는 장담마저 가능했을 것이다. 이렇듯 연패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동주가 이름값을 했다. 전날까지 8게임에서 29타수 6안타(타율 0.207) 3타점으로 부진했다. 2루타 이상의 장타가 한개도 없어 ‘타율=장타율’이라는 부끄러운 등식이 김동주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9일 한화전에서는 달랐다. 지난해 말 결사적으로 추진한 일본 진출이 끝내 좌절되고, 올 들어서는 모친마저 병상에 눕는 고초를 겪어서인지 풀이 죽어있었던 그의 방망이에 힘이 실렸다. 1회 1사 2,3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가볍게 선제타점을 올린 김동주는 3회 좌전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그리고 6회 무사 1루, 풀카운트에서 한화 선발 양훈의 6구째 시속 134km짜리 포크볼을 힘껏 걷어올려 쐐기2점홈런을 뽑아냈다.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높게 날아든 실투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김동주로서는 무려 9게임 36타석째만에 기록한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이자, 전날까지 팀홈런이 고작 2개밖에 안될 정도로 단타는 물론 장타까지 실종된 두산에 단비와도 같은 한방이었다. 봄비가 흩날린 가운데서도 잠실구장 1루쪽 내야석을 떠나지 않고 승리를 갈망했던 두산의 열성 팬들도 모처럼 기분 좋게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잠실|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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