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프리토킹]“야구는전쟁이다! … 너죽고나살자”

입력 2008-04-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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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으로똘똘‘그라운드의파이터’들
웬만한 운동선수 치고 승부 근성이 없는 선수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일단 이기고 보자’란 생각이 때론 위험하기도 하지만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이 너무나도 명확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근성을 키우게 된다. 때론 이 근성이 지나쳐 다른 팀 선수들의 지탄을 받기도 하고, 소속을 떠나 동료 의식이 없다는 원망을 듣기도 한다. 온 몸으로 근성을 내뿜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살펴보았다. 근성하면 타이 콥을 첫 손에 꼽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뛰던 19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 집안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선수가 많았지만 콥은 조지아주의 부유한 집안에서 걱정 없이 자랐다. 하지만 아내의 바람기를 의심한 아버지가 한밤중에 2층 방을 엿보기 위해 창문으로 접근하자 강도로 오인한 어머니가 엽총으로 아버지를 사살함으로 그의 감성적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공수주를 갖춘 최초의 툴 플레이어란 명성을 들었지만 그의 플레이에는 가시가 돋쳐있었다. 가장 확실한 예가 야구화 밑의 징을 뾰족하게 갈고 도루 등을 시도할 때 발을 상대 수비 무릎을 겨냥하며 높이 들고 들어가 수비수가 몸을 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그에게 있어 경기는 전투 그 자체였고 플레이 하나하나는 생존의 몸부림이었다. 훗날 콥은 이런 상대 선수의 안전을 고려치 않은 플레이 모두가 자신의 활약상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뜬 아버지를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카고 컵스의 외야수 리드 존스는 토론토에서 데뷔할 당시 클럽하우스를 찾은 기자들에게 말로 자신의 근성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라커에는 2루에 발을 높이 쳐들고 슬라이딩하는 타이 콥의 사진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너리그 시절 스카우트들로부터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존스는 펜스가 눈앞에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날리고, 몸쪽 공은 피하지 않고 맞고 출루하며, 경기장에 가장 일찍 나오고 늦게 집으로 향하는 오기로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악착같은 플레이로 주어진 재능의 한계를 뛰어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그 자신도 지난해 허리 부상을 피하지 못하면서 시즌 초 방출됐고, 현재 컵스에서 제2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뉴욕 메츠와 필라델피아에서 근성 있는 플레이로 악명(?) 높던 레니 다익스트라도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근성의 소유자였다. 필라델피아 시절 슬라이딩을 하다 팔꿈치가 심하게 벗겨져 피가 줄줄 흐를 정도로 다친 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공수가 교대되면서 덕아웃에서 간단한 부상 치료와 상처 부위를 반창고나 붕대 등으로 감추고 나오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당시 TV 해설자는 무 자르듯 다른 선수라면 몰라도 다익스트라는 다친 부위를 그대로 노출하고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닝이 바뀌어 수비 위치로 유유히 뛰어가는 그의 팔에는 그대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머니볼’에서도 나왔듯이 마이너리그 시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티브 칼튼이 재활등판 차원에서 마운드에 올랐을 때 ‘타석에서 조져버려야지’란 말을 할 정도로 상대가 누구든 기가 죽지 않았던 그도 33살이란 아까운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투수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투수로는 봅 깁슨과 로저 클레멘스가 있다. 1960년대 후반 세인트루이스의 에이스였던 깁슨은 불같은 강속구와 바깥쪽으로 활처럼 휘는 슬라이더로 한시대를 풍미했다. 어느 타자건 홈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붙어 선다면 곧바로 몸쪽으로 바짝 붙는 위협구를 던졌다. 타자는 체면이고 뭐고 바닥을 뒹굴 각오를 해야 했다. 깁슨은 몸쪽 코스는 타자의 영역, 바깥쪽 코스는 투수의 영역으로 생각했다. 철칙이었다. 특히 슬라이더의 위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타자가 바짝 붙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늘 당당히 ‘남의 영역을 넘보면 당연히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라는 신조를 철저히 지켰다. 또한 감독조차 그를 바꾸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지옥에 가는 것처럼 싫어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는 투수들의 전성기고 완투 경기를 밥 먹듯이 했지만 특히 깁슨은 경기를 마치지 못하고 내려오는 것을 큰 수치로 알았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싫은 반응을 표현했다. 클레멘스의 위협구 역시 유명하다. 수 년 전 폭스TV의 야구 분석가 스티브 색스는 현역 시절 클레멘스의 공격성에 치를 떨기도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위협구를 던질 때 투수들은 타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하지만 클레멘스는 타자와 눈을 마주치면서 얼굴 쪽으로 강속구를 구사한다. 같은 직업인으로 너무했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또한 클레멘스는 ‘안타 허용은 타자에게 지는 것’으로 생각했고 ‘같은 출루라도 안타보다는 볼넷이 훨씬 낫다’고 강변하곤 했다. 근성있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은 성적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고, 역시 많은 팬들의 사랑도 받는다. 하지만 거기에는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고 지켜야하는 매너가 있게 마련이다. 페어플레이 속에서 근성있는 야구를 하는 선수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송재우ㅣ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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