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자신감채워야컨트롤팍팍

입력 2008-04-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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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8.44m이다. 짧은 거리로 보일지 몰라도 그 속에 투수들의 모든 고뇌가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짧은 거리에서 볼의 스피드와 볼의 변화, 그리고 정확한 제구력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제구력의 중요성은 투수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요즘 젊은 투수들을 보면 오직 ‘빠른 직구’, ‘빠른 변화구’에만 치중한다. 투수는 제구력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빠른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자기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에 대한 반복 훈련도 다른 어떤 훈련보다 중요시해야 되는데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제구력 문제로 투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볼만 빠르면 투수야? 볼넷공장 공장장도 투수냐?” 이런 자존심 상하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제구력에 무관심한 투수들이 많다. 게임을 할 때 상대 투수가 제구가 안 될 때면 우리는 타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세종로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에 빗대 “야순신해” 라고. “그냥 가만히 서 있어”라는 말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안타 없이 아주 쉽게 진루하게끔 만드는 게 투수의 제구력 불안이다. 투수의 제구력은 우선 자신감으로 이루어지는 심리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제구력 좋은 투수도 게임당 100개를 던지면 20개를 실투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개념과 ‘실투하면 어쩌나’라는 부정적인 개념의 차이에서 성공과 실패가 갈라진다고 할 수 있다. ‘제구력=자신감(반복훈련+집중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그 훈련도 코치의 성향에 따라 많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제구력이 될 때까지 던지게 하는 코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사물을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는 코치, 선수가 우선이라고 자신감을 부추겨주는 코치…. 이런 여러 유형의 코치들이 있지만 모두가 투수의 제구력 보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선수들은 알아야 한다. 필자도 투수 코치를 15년 동안 했지만 아직까지 투수의 제구력 향상법에 대한 확실한 정답을 알 수가 없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현대 시절에 스포츠 심리학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구단에 요청해 매주 3회씩 스포츠 심리 전문의를 초빙해 자문도 받고, 투수들 상담도 받게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있다. 선수의 단점보다 장점을 인식시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투수는 마운드에서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과 ‘어떤 타자라도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상대타자를 맞이해야 제구력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볼을 던져야 게임이 시작되고, 마운드에서 자신감 넘치는 피칭을 할 때 팀의 승리와 내가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홈런 한방을 두려워하지 말고, 안타 하나에 흔들리지 말고, 최고라는 소신을 갖고 망설임 없이 투구하라!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2007년 현대 감독직을 맡았다가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 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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