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성장통’값진보약…얼짱시대“스탠바이”

입력 2008-05-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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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최대어로 꼽히며 드래프트 1순위로 LIG손해보험에 입단했던 김요한(23)에게 지난 루키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실력과 외모를 겸비해 대학 시절부터 배구계를 흥분시킨 그는 올 시즌 V리그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도 인하대 동기 임시형(현대캐피탈)에 빼앗겼다.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엔트리서도 빠졌다. 그런 그를 <스포츠동아>가 외면할 수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 고향 광주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요한과의 인터뷰. 휴대폰 컬러링이 울리자 곧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네, 김요한입니다.” “오늘 인터뷰잖아요. 어디서 볼까요?” 그는 광주 시내에 있는 운천 저수지를 추천했다. 그곳에 배처럼 생긴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다나? 서둘러 달려간 그 곳. 그런데 웬걸? 카페는 없고, 전복 음식점만 있다. 이런, 초장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대신 주변 경치가 워낙 좋고, 날씨까지 화창해 기분은 좋다. 저수지, PC방, 김밥집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나눈 세 시간에 걸친 즐거운 인터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 그에게 반했다? 약속 시간은 오후 2시. 조금 늦은 김요한이 택시를 타고 헐레벌떡 전복집에 도착했다. “카페가 아니잖아요?” 무안한 표정을 짓던 그가 “아니, 이게 왜 음식점이 됐지? 그럼, 전복먹을까요?" 농담도 잘한다. 그제야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필 수 있었다. 훤칠한 키에 조각같은 얼굴, 탤런트 강동원을 닮았다는 게 거짓이 아니다. 시즌이 끝나고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내려와 휴식을 취하고 있단다. 살도 조금 쪘다. 저수지는 산책로가 잘 마련돼 있다. 낚시하는 분의 낚싯대를 빌려 김요한에게 건넸다. 그런데 “그렇게 쪼그리지만 말고 서서 찍어봐. 근데 왜 저리 커? 농구 선수여?” 누군지 모르시는 모양, 완전 굴욕이다. 오랜만에 고향왔는데. “괜찮아요. 전 젊은 팬이 더 많거든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길을 따라 걷다 마주친 연인 한쌍. 그 곁의 여자. “저 사람 정말 잘생겼다. 근데 누구지? 많이 봤는데….” 남자 왈. “바보야, 김요한이잖아.” “그게 뭐하는 사람이야?” 김요한의 굴욕 시리즈 제2탄이다. ○자랑스런 광주 시민…공짜 식사 더 이상 저수지에서 할 게 없다. 분위기도 바꿔볼 겸 장소를 옮겼다. 휴대폰 대리점으로 데려갔다. 이것저것 고르는 시늉을 해보라고 했다. 고객들과 점원들이 알아보곤 난리가 났다. “어머, 김요한이다. 꼭 강동원같아.” “저, 같이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의기양양해진 김요한이다. 성큼성큼 큰 폭으로 걸어가는 그의 뒤를 쫓느라 땀이 솟는다. 이번에는 PC방으로 이동. “어릴 적엔 잘했죠. 이제 컴퓨터랑은 별로 안 친한데….” 순 거짓말이다. 모니터 앞에 앉자마자 능숙한 손놀림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다. 게임장에 있던 학생들이 김요한을 금세 알아보곤 수군거린다. “슬슬 자리를 바꿔볼까요?” 눈치도 빠르다. 한마디 질문을 해도 두 마디를 하니 성격도, 화술도 좋다. 대체 이 사람 약점이 뭐야? 식당을 찾았다. 시원한 주스 한잔이 간절했건만 주변에 카페는 없다. 대신 찾은 김밥집. 라면, 김밥, 떡볶이 등 이것저것 많이 시켜먹었다.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친절한 주인 아저씨가 한사코 밥값을 받지 않겠단다. 아들에게 줄 사인 한 장이면 된다며 따스하게 한마디 건넨다. “김요한 선수, 광주 시민의 자존심을 걸고 최고의 배구 선수가 됐으면 해요. 파이팅!” ○더 이상 아픔은 반복되지 않는다 생각하면 쓰라리기만 한 지난 시즌 V리그. 좋은 기억보다는 아픈 순간이 더 많았다. 소속팀은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에 밀려 3강 플레이오프서 탈락했고 김요한의 활약 또한 저조했다. 팀 합류가 늦었고, 부상도 잦았다. 몸 만들 시간이 부족해 제 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마음만 급했을 뿐, ‘빨리 코트에 서야한다’는 부담에 자신의 진가를 보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모든 게 어려웠어요. 2라운드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발목을 접질렸는데 평소같으면 금방 나았을 겁니다. 한데 그 때는 이미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였기 때문에….” 줄곧 밝았던 김요한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진다. “막상 프로에 오니 기교와 패기가 전부는 아니었죠.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만만한 곳이 아니란 것을 실감했어요. 그저 의욕만 넘쳐서 어리석은 모습도 많이 보였어요. 실수도 많았고, 주전에서 멀어졌죠. 정말 부족했어요.” 떼논 당상처럼 여겨진 신인왕도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 얘기를 꺼내자 들고있던 숟가락이 연신 테이블에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 한숨도 쉰다. 아쉬움이 컸다. 공격 포인트는 194점으로 190점의 임시형과 비슷했지만 고질인 수비 불안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임)시형이가 훨씬 잘했어요. 시상식이 끝나고 축하한다며 연락했죠. 올해는 신인왕을 놓고 경쟁했으니 다음 시즌에는 MVP를 놓고 각축하자고 약속했어요.” 내친김에 한가지 더. 대표팀 탈락도 큰 아쉬움이다. 리그를 거치며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찾았기 때문에 한번만 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는다. “이제야 제 위치를 알게 됐죠. 수비를 못하는 반쪽 선수로 비쳐졌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한번 더 기회가 온다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있어요.” 광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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