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얽힌바둑계추억‘우승을‘환장하게’바란다

입력 2008-05-03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양형모의Black&White
4월 30일 중국 상하이 왕바오호텔에서 열린 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차전(24강전)에서 한국바둑의 간판스타들인 이세돌 9단과 박영훈 9단이 무사히 16강에 안착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여기에 이창호와 최철한, 송태곤이 합류하니 5명이나 16강전에 나선다는 얘기로군요. 일단 굿 스타트! 응씨배는 아시다시피 ‘바둑올림픽’이라고 불립니다. 4년 만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인데, 솔직히 좀 과분한 별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당장 LG배나 삼성화재배가 ‘우리도 바둑올림픽 할래’하고 매년 멀쩡하게 열리는 대회를 4년에 한 번씩 개최하겠다고 나서면 상당히 곤란하겠죠? 응씨배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대회입니다. 사실 인연 정도가 아니라 한국바둑으로선 ‘은인’과도 같은 기전이죠. 변방의 북소리 취급을 받던 무명의 한국바둑이 1989년 조훈현 9단의 벼락우승으로 갑자기 세계 바둑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으로 이어지는 ‘전설의 4인방’이 차례차례 우승(그러고 보니 우승도 4인방 순서대로 했군요)하며 한국바둑이 세계 최강의 왕좌에 오르기까지 ‘레드카펫’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5년에 결국 중국 창하오에게 우승을 한 번 내줬지요. 다른 기전도 아니고 응씨배라니 꽤 따끔했습니다. 와신상담을 하려 해도 4년이나 곰쓸개를 핥다가는 혀가 다 문드러질 것 같습니다. 사진은 제1회 대회 결승전에서 중국인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고 나선 ‘무쇠 반달곰’ 녜 웨이핑 9단을 꺾고 우승한 조훈현 9단이 귀국 후 카퍼레이드를 하는 모습입니다. 그땐 국위선양을 하고 돌아오면 카퍼레이드씩이나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지요. 그 많던 색종이는 누가 다 치웠을지 궁금하긴 합니다만. 바둑계에서는 은밀히 ‘환장하다 버전’으로 불리는 사진입니다.(원래는 환영! 장하다!였겠죠?) 어쨌든 이날은 조훈현 9단도 우리 모두도 ‘환장하게’ 좋은 날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환장하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