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의G레터…‘거실을오락실로’재밌게사랑키우죠

입력 2008-05-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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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 뉴스에 마음이 무겁다. 어린이들의 호기심 자체는 우리, 부모, 조부모 세대, 그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음은 의심할여지가 없다. 다만 정보 기술과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로 어린이들이 옳지 못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콘텐츠에 많이 노출되고 있음이 큰 문제다. 기사에서 이번 사건에 연관된 아이들 중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많았다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더 아팠다. 외벌이로는 모자라 보다 넉넉하게 가정을 꾸려가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맞벌이 부모 중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확보했을 때 같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가족이 마주 앉아 책을 읽으며 함께 공부를 하자는 제안은 참으로 건전해 보인다. 운동을 함께 하거나 주말마다 박물관이나 동물원 등으로 나들이를 가는 것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는 ‘거실에서’ 함께 즐기는 게임도 하나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전에 온라인게임에 몰입해 고생을 했던 관우 학생이 중학생이 된 지금은 거실에 컴퓨터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아버지랑 게임을 한다고 쓴 적이 있다. 주된 종목은 스타 크래프트였다. 관우는 “아빠랑 나란히 게임하면서 은근 슬쩍 아빠 모니터를 보며 아빠가 어디에 어떻게 전략을 짜는지 보면 너무 재미있고 웃음이 마구 나요. 게임을 같이 하면서 아빠 생각도 더 잘 알게 되고 부자간에 대화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거실을 컴퓨터 방 겸, 영화관 및 TV감상실 겸, 공부방 겸 활용하면서 온 가족이 같이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는 등 활동을 다양화 시켜나가면 어떨까? 혼자서 방에 틀어박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좋지 못한 콘텐츠를 장기간 몰래 보는 어린이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지난해 말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사내 게임기획공모전을 진행했는데, 많은 젊은 게임개발자들이 교육적 기능이 있는 온라인게임을 기획해서 제출해 인상 깊었다. 게임으로의 재미와 함께 교육, 훈련, 치료 등의 다른 목적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제작된 ‘기능성 게임’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기능성 게임 중에서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는 예는 ‘푸드 포스(Food Force)’다. 2005년 국제 연합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기구(WFP)에서 개발한 교육용 컴퓨터 무료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어는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가 다시 자급자족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식량을 투하해서 지원하는 미션을 부여 받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실세계의 기근상황과 WFP가 지원하고 있는 일을 배우게 된다. 온라인게임 산업에 속한 사람으로서 자녀와 부모의 건전한 매개체 중 하나가 게임이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정은희 액토즈 소프트 홍보팀장 스포츠 기자를 그만두고 유학을 꿈 꾸다 현실의 벽에 부딪쳐 홍보판에 뛰어든 별난 여인. 뒤늦게 빠진 게 임의 매력에 밤새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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