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분업’시대…‘완투’가사라진다

입력 2008-05-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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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가 현대 야구에서 정말 보기 힘든 기록인 4연속 완투경기를 해냈다. 4월 13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전을 시작으로 4월 30일 보스턴 레드삭스전까지 4경기를 혼자 책임졌다. 할러데이의 연속경기 완투 기록은 그래서 아직 진행 중이다. 물론 극심한 팀 타선의 슬럼프로 최근 3연속 완투패라는 씁쓸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만 할러데이는 최근의 야구경향으로 보면 희귀종(?)임에 틀림없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도 9연전이 한창이다. 아마 어느 나라의 리그건 자신의 팀에 투수 자원이 풍부하다고 여유를 부리는 감독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에 쉼이 없는 연전에 돌입하면 각 팀들은 로스터에 투수를 늘리면서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럴 때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며 불펜에 휴식을 제공하거나 고무팔의 불펜투수가 잦은 등판, 혹은 한 경기에 2이닝 이상을 책임지면 그 부담은 한결 덜어진다. 문제는 요즘 이런 투수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이런 측면에서 살펴봤다. 1900년대 초반 시카고 컵스와 세인트루이스에서 뛰었던 잭 테일러란 투수는 1904년 ‘39경기 연속 완투’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이 정도면 할러데이가 감히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 심지어 2003년부터 30번의 완투를 기록한 할러데이는 같은 기간 동안 메이저리그 8개팀이 기록한 각 팀의 완투수보다 많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 탬파베이는 194연속 무완투 경기를 기록했으니 정말 격세지감이란 말이 실감난다. 지금도 가장 긴 이닝 경기로 남아있는 브루클린 로빈스(다저스 전신)와 보스턴 브레이브스의 26이닝 경기에서 각 팀의 선발 투수였던 리온 카도어와 조 오시거는 끝까지 이 경기를 책임졌다. 몇 년 전 토미 라소다 전 감독과 함께 다저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방송인 빈 스컬리는 인터뷰를 통해 메이저리그 팀들이 늘어나면서 예전에는 빅리그 무대를 밟을 수 없었던 투수들이 많이 올라와 던진다며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질적인 저하를 말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2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 투수로 군림했던 놀란 라이언이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투수들의 나약함을 강한 어조로 비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자신이 뛰던 시대에는 에이스 투수들의 자존심은 한 시즌 300이닝이었고 일단 선발 투수라면 250이닝은 기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그도 개인의 특성이 감안돼야 한다고 말은 했지만 지나치게 보호받는 현대 투수들에게 대한 불만은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경기 중 투수들의 투구수를 셀 필요가 없다고 하기도 했다. 사실 투수 코치들은 선발 투수들의 투구수를 일일이 체크한다. 누구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00∼120개를 넘지 않는다. 현재 한 시즌에 250이닝을 넘기는 투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투수의 분업화로 선발투수는 6∼7이닝을 버티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 뒤는 분업화 된 투수들이 책임진다. 39경기 연속 완투…26이닝 무교체… ML 초창기 투수들 대부분 ‘고무팔’ 현대 야구 선발 6~7이닝 투구 정석 부상 예방위해 감독이 무리 안시켜 그렇다고 과거의 투수들은 모두 강철 어깨에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의 소유자이고 요즘 투수들은 나약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현대의 투수들은 그렇게 키워지고 트레이닝을 하고 훈련에 임한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훈련이 돼있지 않고 시대의 흐름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미 계약 당시부터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황금 어깨’의 주인공이 구단이나 감독의 소홀한(?) 관리로 부상을 입게 된다면 그 비난의 화살은 피하기가 어렵다. 아이러니는 이 발언을 한 라이언조차 30대 후반에 접어든 휴스턴 시절부터 할 레니어 감독의 철저한 감독 아래 투구수 관리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 경기를 조금 많이 던졌다 싶으면 다음 등판에서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아쉽다는 느낌이 들 만큼 적은 투구수에도 가차없이 교체했고, 매 경기에서 100개를 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다. 과거 한번 등판하면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는 투사형 투수들을 그리워하는 올드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흐르는 장강을 막을 수 없듯이 시대의 조류를 역행하기는 어렵다. FA 제도가 정착한 이후 선수들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올랐다. 구단의 입장에서 투자한 선수를 최대한 부상 없이 오랫동안 지키고 싶어한다. 또한 공격 야구를 선호하는 현대 팬들의 입맛에 맞게 웨이트 트레이닝과, 그것도 모자라 약물까지 복용하며 펜스를 향해 타구를 날리는 타자들이 즐비한 요즘 이미 120개의 투구수를 넘기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타자들의 예봉을 피하려 노력하는 선발투수보다 공 끝이 살아있는 전문 불펜투수들이 막아주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옳든 그르든 현대 야구 흐름이 이럴진대 예전에는 별 것 아니었던 할러데이의 4연속 완투가 지금은 너무 귀하게 느껴진다면 우리 입장에서 이들에게 좀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이런 기록에 더욱 비중을 실어주며 야구를 즐기면 되지 않을까.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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