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비극에맞서움트는생명노래했다

입력 2008-05-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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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문학은 전반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생명사상을 다루고 있다. 아버지의 잦은 유랑과 홀어머니와의 삶 등 본인의 출생이 ‘불합리’하다고 표현한 바 있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돈· 인권· 남녀애정 등에 대한 ‘불합리’한 문제점을 깊이 있게 집필 활동에 담았다. 박경리의 초기작은 주로 단편으로 대개 여성이 작중 화자로 등장해 사회와 인간의 문제점을 고민한다.‘불신시대’,‘암흑시대’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비극의 조건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대 구조 때문인 것을 소설에 담았다. ‘불신시대’,‘영주와 고양이’는 전쟁으로 인한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담았고, ‘전도’, ‘사랑섬 할머니’,‘표류도’ 등에는 여성의 억압된 현실과 불우한 욕망에 시달리는 남성이 등장한다. 후기작인‘시장과 전장’,‘성녀와 마녀’,‘김약국의 딸들’,‘토지’ 등은 전쟁의 비극성과 극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인간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숙명여대 국문학과 강사 장미영씨는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죽음 의식’이라는 논문에서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 삶의 의지가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박경리 작품을 해석했다. 운명론적 체념이 아니라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박경리의 인간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대하소설 ‘토지’이다. 1969년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해 1994년에 5부로 완성된 ‘토지(土地)’는 한국 근·현대사에 얽힌 여러 인간의 운명을 다룬다. 1897년 8월 한가위부터 1945년 8월 해방까지 격동의 세월을 다루며 인물만 7백여 명이 등장한다. 제목 ‘토지’는 사람들이 보존해야 할 삶의 터전,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등을 상징한다. 특히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논란이 분분할 만큼 주목을 받았다. 청주대 국문학과 강사 강찬모씨는 토지의 여성을 기개 있는‘가문적 여사’로 해석한다. 여성이 가문의 부흥을 위해 존재하며 외강내강의 인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근·현대시대 음지에서 희생하는 삶을 살며 사대부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때문이다. 반대로 문학평론가 백지연씨는 토지의 여성들이 ‘강한 여성 주체의 신화’를 만들어 더욱 은밀하고 교묘하게 가부장제를 드러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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