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이구~금쪽같은울아들

입력 2008-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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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큰애가 딸이고, 연년생으로 아들을 두었습니다. 딸은 성격이 똑 부러지고 야무지지만, 약간은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야단도 많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둘째인 아들은 참 곰살맞고, 정이 많아서 제가 딸보다 쪼∼금 더 예뻐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아∼들∼” 하고 부르면 이 녀석은 “아이고∼ 우리 예쁜 엄마∼” 이러면서 달려와 안기기도 하고, 뽀뽀도 하고, 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아들이 학교 근처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학군단(ROTC)이라서 시험도 봐야 하고, 전공이 특수교육학과라서 임용고시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신분증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신분증 재발급이며 신용카드 분실신고며 해야 할 게 많아서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해주려고 했는데, 얼마 안 있어서 작은 우편물이 하나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뜯어보니 아들이 잃어버렸다는 바로 그 지갑이었습니다. 현금은 모두 없어졌지만, 다행히 주민등록증, 학생증, 각종 할인 카드는 그대로 꽂혀있었습니다. 저는 또 지갑 안에 뭐가 들어있나 궁금해서 안쪽으로 손을 넣었는데, 사진이 몇 장 만져지는 겁니다. 그래서 꺼내보니 20대 때 저희 남편 사진이 나왔고 또 한 장은 50대 때 지금의 남편 사진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내 사진이겠지’하고 꺼냈는데, 처음 보는 여학생 사진이 있었습니다. 방긋 웃고 있는 게 한 눈에 봐도 여자친구인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무슨 일이든 시시콜콜하게 얘기하던 아들이, 왜 여자친구 있다는 얘기를 나한테 하지 않았는지 갑자기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물여덟인 저희 아들은 그 사이 사귄 여자친구가 두 명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여자친구도, 두 번째 여자친구도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헤어졌는지 그 얘기를 다 들어서 알고 있는데, 또 다른 여자친구를 만났단 얘기는 듣지 못 했습니다. 거기다 두 번째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앞으로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학군단 공부와 임용고시 공부만 전념하겠다고 저와 약속을 했었는데, 여자친구라니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나중에 아들이 지갑 찾으러 왔을 때, 여자친구 사진 얘기를 했더니, 아들이 굉장히 당황해 했습니다. 엄마와의 약속을 못 지킨 건 미안하지만, 지금 여자친구가 얼마나 괜찮은지, 저한테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가 됐을 때, 아들이 저와 남편에게 깨알 같은 글씨로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정말 존경하는 부모님이라는 말과 함께, 자기 여자친구를 정식으로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얘기였습니다. 마침 이모부가 대구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병문안 마치고, 온 가족 모두 모인 자리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정식으로 소개받는 건 처음이라 좀 긴장이 됐습니다. 그렇게 만난 아들의 여자친구. 첫인상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아들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이 돼서 제가 딱히 뭐라고 표현을 안 했습니다. 저녁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들이 연속으로 문자를 보내며 안달이 났습니다. 아빠 반응은 어떤가, 엄마 마음에는 드는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그게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 뒤로 그 여자친구는 저희 집에 자주 놀러왔고, 지난 1월1일, 저희 가족이 해운대에서 새해 첫 해를 보기로 했는데, 아들의 여자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갔습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회도 먹고 바닷가도 거닐었는데, 그 여자친구가 저희 남편의 팔짱을 끼고 ‘아버님 아버님’ 하면서 애교를 부렸습니다. 정말 싹싹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지금 아들은 힘든 공부를 마치고, 소위로 임관돼서 입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곧 있으면 첫 외박을 나오는데, 저희 집으로 온다고 했습니다. 제가 “여자친구 보고 싶을 텐데, 대구로 가라”고 했더니, “엄마 보고 싶어서 집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참 예쁜 아들입니다. 요즘 저희 아들 사진 걸어놓고 매일 아침마다 눈 마주치며 인사를 하는데, 볼 때마다 자랑스럽고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멋진 우리 아들 , 여자친구와 계속 예쁜 사랑 이어가고, 군 생활도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들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부산 사상 | 최향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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