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경품의여왕납시오

입력 2008-05-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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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는 딸이 셋 있습니다. 저희 마을이 시골이라 학교 때문에 셋이 방 하나를 얻어서 지금은 모두 큰 도시에 나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대학생인 첫째는 매번 바쁜 일정 때문에 자주 집에 다녀가지 못합니다. 고 3인 둘째는 주말에도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못 오고, 그나마 막내가 고 2라 가끔 보기는 합니다. 다들 공부하느라 얼굴 보는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애들이 보고 싶으면 저희 부부가 애들 집으로 가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도 남편하고 같이 다녀왔습니다.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 저희가 문을 열고 들어가 봤는데, 이 녀석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금방 눈에 보였습니다. 여자 셋이서 부랴부랴 준비하고 몸만 빠져나간 흔적들이 집안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널브러진 옷가지며 밀린 설거지와 빨랫감, 그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막내가 마침 “엄마! 아빠!” 하면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멀리서 방에 불 켜진 거 보고 한 달음에 뛰어왔다고 했습니다. 자정이 조금 넘어서는 첫째와 둘째도 모두 집에 들어왔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일까요? 딸들과 평소에 문자는 자주 주고받았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게 새벽까지 딸들과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막내가 저보고 귀 좀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얘기냐고 했더니 귓속말을 합니다. “엄마! 엄마는 이벤트 경품도 당첨이 잘 되고, 뭐 뽑히는 것도 잘 뽑히잖아. 그러니까 어디 간식이벤트 하는데 있으면 응모 좀 해줘. 우리 반 애들한테 우리 엄마가 그런 거 당첨 잘 된다고 자랑했더니, 간식 좀 받아 달라고 그랬단 말예요.” 그런데 아무리 제가 운이 좋아도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은 일인데, 좀 난감했습니다. 어쨌든 알겠다고 하고 그 다음부터 인터넷을 검색해가며 제과업체나 라면회사 등 간식 준다는 이벤트에는 모조리 도전해 봤습니다. 막상 작정하고 달려드니 잘 뽑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잔뜩 응모권만 보내놓고 결과 확인하는 건 잠시 잊고 있는데, 하루는 막내가 전화를 해온 겁니다. “엄마! 나 방금 자장라면 받았어요! 엄마가 자장라면 이벤트에 응모하셨다면서요? 방금 학교로 왔어요.” 응모한 이벤트마다 ‘꽝’소식만 들려서 다른 건 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하나 걸리긴 걸린 모양입니다. 이벤트에 당첨 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딸애와 딸 친구들에게 제 체면도 서고,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뜬 딸의 목소리를 듣고, 이벤트 응모하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또 그런 이벤트 있으면 이번엔 첫째랑 둘째 이름으로 응모해 주려고 합니다. 전북 부안 | 김진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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