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한밤은젊음이춤추고,뒷골목의대낮은예술이숨쉰다

입력 2008-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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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자유의 여신상으로 대변되던 뉴욕은 이제 식상해졌다. 이방인들은 미트 패킹, 윌리엄스버그 등 뉴욕의 뒷골목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섹스& 더 시티’, ‘프렌즈’등 뉴욕 배경의 미드도 뉴요커식 뉴욕구경을 부추기고 있다. 당장 14번가에 위치한 ‘유니언 스퀘어’에 나가봐라. 뉴욕의 청춘들이 바닥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거나, 벼룩시장에서 무공해 채소를 사거나, 체력 단련을 한답시고 발차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2008년 뉴욕의 진짜 풍경이다. ○ 뉴욕의 핫플레이스 ‘섹스&더 시티’ 때문에 새로운 명소들이 생겨났다. 브리커 스트리트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는 늘 북적북적하다. 여주인공들이 컵케이크를 먹으며 연애상담을 하던 곳으로 줄을 서야 간신히 컵케이크 한 조각을 맛볼 수 있다. 미트패킹의 ‘파스티스’는 드라마 속에서 브런치를 먹을 때 단골로 나오던 곳으로 뉴욕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브런치 문화를 선물해준 상징적인 곳이다. ‘섹스& 더 시티’의 옥상 파티 장면은 미트패킹의 ‘프런지 호텔’에서 촬영했으며 센트럴파크는 캐리가 마차 데이트를 즐긴 곳이다. 윌리엄스버그의 태국레스토랑 ‘SEA’ 역시 드라마에 간판을 내밀었다. 뉴요커 사이에서는 지적이고 섹시한 미녀들을 보려면 금요일 오후 5시 현대미술관 ‘MoMA’로 가라는 말이 있다. 미술관에 무료입장하는 금요일 오후만 되면 늘씬한 미녀들이 한껏 차려입고 이곳으로 몰려든다. MoMA에서는 ANT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피카소 등 명장들의 수준작을 감상할 수 있다. ○ 푸줏간에서 춤을…‘섹스&더 시티’ 미트 패킹 푸줏간에서 춤을 춰 본 적이 있는지. ‘뉴요커들은 주말 밤을 위해 산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뉴요커들의 삶을 다룬 ‘섹스&더 시티’에서 봤듯 한껏 차려 입은 여인들은 토요일 밤만 되면 뛰쳐나온다. 조금 ‘논다’하는 청춘들에게 가장 뜨거운 동네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맨해튼 서쪽의 미트 패킹(meat packing)이다. 말 그대로 예전에 도살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200여개의 도축장과 푸줏간이 있던 지역으로 아직도 10여개의 창고가 남아 있다. 살덩이를 매달던 철제물의 흔적이며, 칙칙한 핏물이 밴 에이프런을 두른 아저씨들을 만날 수 있는 으스스한 동네는 토요일만 되면, 밤만 이슥해 지면 뉴욕에서 가장 늘씬한 미남미녀들로 채워진다. 미트 패킹 거리의 한 낮은 오히려 고즈넉하다. 동유럽처럼 돌길로 채워진 골목에서는 차들이 지날 때마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며 고풍스런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그 낯선 공간에 가장 먼저 들어선 것이 레스토랑 ‘파스티스’다. 드라마 ‘섹스&더 시티’에 단골로 등장한 뒤 유명해진 이 곳은 관광객들이 한번쯤 들려보는 명소가 됐다. 최근에는 골목 초입의 이태리 레스토랑 ‘벤토’가 뜨고 있다. 음식 맛도 뛰어날 뿐 아니라 남자 종업원들이 모델 뺨치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미트 패킹의 ‘물 좋은 동네’로 급부상한 것은 무엇보다 뉴욕에서도 내로라하는 클럽들 때문이다. “절반은 벗어야 입장이 가능할 걸요.” 한 뉴요커의 귀띔처럼 토요일 오후 10시만 넘으면 곳곳에서 택시를 타고 늘씬한 미녀들이 나타난다. 짧은 치마에 등이 훤하게 패인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클럽 입구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부다바’, ‘ONO’, ‘STK’ 등은 이곳에서 물 좋기로 소문난 클럽들이다. 단 늦은 밤이 되기 전까지는 이들 클럽들은 허름한 창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예전 도살장에서의 관능적인 댄스라… 상상만 해도 유쾌한 이곳이 바로 뉴욕 맨해튼이다. 미트 패킹에서는 할리우드 스타를 종종 만나기도 한다. 미국 서부에서 명성 높은 패리스 힐튼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자신을 먼저 입장 시켜주지 않는다고 난동을 부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미트 패킹은 50여개의 부티끄 숍과 바, 레스토랑이 푸줏간과 어우러져 공존하며 맨해튼에서 최고로 뜨고 있는 명소가 됐다. 미트 패킹에서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현대미술의 아지트’인 첼시로 이어진다. 90년대 이후 소호의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으로 허름한 창고형 밀집지역에 200여개의 갤러리와 갤러리 빌딩이 밀집돼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범죄도 빈번했던 지역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부터 젊은 작가들의 실험작까지 수 천종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거리로 변신했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입장도 무료다. 첼시로 가는 길이 흥미로운 것은 인근 웨스트 빌리지가 뉴욕 게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바에 들어서면 유독 잘 생기고 친절한 게이들을 만날 수 있다. 게이 거리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매년 여름에는 게이 페스티벌도 열린다. “뉴욕에서 호리호리한 미남은 대부분 게이인 경우가 많다”는 뉴욕 여인들의 푸념을 재확인할 수 있는 짜릿한 기회이기도 하다. ○ 뉴욕의 홍대 앞 윌리엄스버그 다운타운의 예술적인 팽창은 맨해튼을 벗어나 동쪽 이스트강을 건넌다. 최근 뉴욕의 힙(Hip)한 젊은이들 사이에 뜨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다. 빈티지풍의 청춘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각종 그래피티(벽화)가 현란스럽게 골목을 뒤덮는 곳. 젊고 감각 있는 아티스트들은 윌리엄스버그를 ‘윌리버그’로 칭하며 5년여 전부터 새롭게 아지트를 꾸리기 시작했다. 윌리엄스버그의 중심가인 베드포드 거리에서 브런치를 즐기다 보면 커다란 기타를 둘러메고 서성이는 뮤지션들, 한눈에 봐도 ‘예술 좀 한다’는 끼가 흐르는 스니커즈 차림의 아티스트들을 흔하게 발견하게 된다. 맨해튼의 높은 빌딩 숲과는 다른 3,4층짜리 작은 건물과 공장들이 늘어선 황폐한 골목사이에는 간판 허름한 클럽들과 앳된 빈티지 숍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흡사 서울의 홍대 앞 거리를 연상시킨다. 브루클린에 들어서며 혹 영화 ‘브루클린의 마지막 비상구’의 공장지대를 연상했다면 이런 상상 밖의 상황에 의아해 할 수도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외지인들이 발길을 들여 놓지 않았던 이 투박한 공간 역시 본래는 남미 출신의 이민자들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문 닫은 공장지대에 맨해튼의 값비싼 방세를 견디지 못하던 돈 없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몰려들면서 거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윌리엄스버그는 위치로 따지면 맨해튼의 순풍을 그대로 이어받는 곳에 자리 잡았다. 클럽과 바들이 몰려 있는 로우어 이스트(Lower East)와는 지척거리다. 자전거를 타고 운치 있게 윌리엄스버그 브리지를 건너도 되고, 맨해튼에서 메트로 L트레인을 타도 단 한 정거장이다. 젊은 아티스트들은 값싼 숙소에서 예술 활동을 하면서 마음 내키면 맨해튼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진품 뉴요커 행세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의 진폭에 있어서는 윌리엄스버그는 분명 맨해튼을 능가한다. 젊은 아티스트들의 그래피티들이 계절마다 새롭게 거리를 채색하곤 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은 길거리에 포스터, 그래피티 등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술집, 베이글 숍, 약국 등 일반 상점들의 벽면이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또한 빈티지를 사랑하는 이곳 젊은이들의 풍조를 반영하듯 헌 옷을 살고 파는 매장인 ‘비콘스 클로짓’(Beacon’s Closet)은 상표까지 달고 거리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했다. 윌리엄스버그는 베드포드거리를 중심으로 6번, 7번가에 대부분의 둘러볼 곳들이 밀집돼 있다. 태국 음식점 ‘SEA’는 드라마 ‘섹스&더 시티’에 등장 한 뒤 유명해졌고 바 ‘IONA’에서는 주말이면 젊은 뮤지션들이 독특한 공연을 감상 할 수 있다. 아트 스페이스 겸 클럽 ‘갈라파고스’와 타이 음식점 ‘플레인 타이랜드’ 역시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곳이다. ○ ‘5 Pointz’, 그래피티의 진수를 보다 윌리엄스버그 인근에도 ‘혈맹’ 동네가 있다. 서쪽으로 향하면 덤보(Dumbo)와 이어지고 북쪽은 롱아일랜드 시티(Long island city)로 연결된다. 덤보(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는 예술적인 품격만 따지면 윌리엄스버그의 형님뻘이다. 선착장 주변의 공장을 개조한 이곳 일대 역시 아티스트들의 작업실 겸 삶터가 밀집돼 있는데 이방인들은 직접 예술가들의 주거공간을 기웃거리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맨해튼 파티가 없어진 뒤, 예술가와 늘씬한 모델들은 이곳 덤보의 작업실에 모여 강 건너 맨해튼의 야경을 감상하며 밤을 보내기도 했다. 아직도 돌길과 철로가 남아 있는 이 지역에서는 옛 브루클린을 주무대로 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가 촬영되기도 했다. 덤보에서는 브루클린 브리지도 가깝다. 이스트강 동쪽 강변을 산책한 뒤 맨해튼을 바라보며 브루클린 다리 위를 걸어 건너는 것은 꽤 운치 있다. 롱아일랜드 시티는 단 두 개의 건축물로 윌리엄스버그의 젊은 청춘들에게 인정받는 곳이 됐다. 그래피티의 진수를 보여주는 ‘5Pointz’와 현대미술의 새 거점인 ‘P.S.1’이 그 주인공이다. 철길 옆에 위치한 ‘5Pointz’는 내로라하는 그래피티 작가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실력을 뽐낸 건물 작품. 건물 옥상에서 쓰레기통까지 빈틈없이 얼룩덜룩한 그림으로 뒤 덮여 있는데 윌리엄스버그에서 본 그래피티의 총아가 이곳 하나의 건물에 재현된 듯한 느낌이다.건물 역시 십여명의 아티스트들의 작업실로 이용되고 있다. 길건너 ‘P.S.1’은 뉴욕현대미술관인 MoMA(The Museum of Modern Art, Newyork)가 수리 중 일 때 그 곳을 대신했던 아트센터로 최근에는 MoMA에 비해 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전시중이다. 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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