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두의사례로본유망주의트레이드가치

입력 2008-05-07 0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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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봉중근의 친구이자 메이저리그 진출의 라이벌로 더 알려져 있는 호라시오 라미레즈는 199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로 애틀랜타에 지명된 선수였다. 당시 유망주 랭킹에도 윗자리를 차지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2년의 풀타임 빅리그 기간이 지난 2006시즌 직후 돌연 시애틀로 트레이드 됐다. 그 당시에는 유망주를 내줬다는 비난에 휩싸였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 라미레즈는 시애틀에서 방출됐고, 그의 트레이드 상대였던 라파엘 소리아노는 계속 2점대의 방어율을 찍어대며 현재 애틀랜타의 마무리로 올라있다. 지금 이 트레이드는 오히려 시애틀이 행한 아주 멍청한 트레이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03년 2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다가 KIA로 팀을 옮겼던 전병두에 대한 평가는 양면으로 엇갈렸다.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투수, 그러나 실제로는 아직 보여준 게 없는 투수. 전병두에 대한 가능성은 본인이나 소속팀의 관계자보다는 외부인을 통해 더 부각됐다. 진정한 국가대표가 모인 2006년 WBC에서 단골손님 이혜천을 제치고 최종 엔트리에 올라 큰 관심을 받았던 전병두를 놓고 투수코치였던 선동열 감독은 최고의 좌완으로 커갈 유망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 덕에 그는 병역 면제에다 무한한 장래성까지 인정받는 WBC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그는 여태껏 최고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이닝 수와 비슷한 피안타를 허용했고, 볼넷이 늘 그를 지배했다. 최고의 투수 조련가라는 선 감독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거듭하자 KIA의 코칭 스테프를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됐고, 이는 선 감독과 서정환 당시 KIA 감독의 신경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선동열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전병두 안 쓸거면 주세요. 나한테 맡기면 최고의 좌완투수로 만들테니까″ 전임 감독 시절에도 꽃을 피우지 못한 전병두의 가능성은 신임 조범현 감독 체제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 2일 두산 전에서 6이닝 노히트 노런으로 기대를 부풀게 했던 것도 잠시, 12일 롯데 전, 17일 LG, 23일 우리 히어로즈와 3경기 연속 3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한 그는 2군에 내려갔지만 3이닝 4실점으로 실망스런 피칭만을 반복했고, 결국 KIA는 그에게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가능성 없는 유망주에 대한 해답은 빠른 트레이드뿐이다.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가 현실이 되지 못하면 선수의 가치는 급락하고, 감독이나 단장은 단지 미래만을 위해 현재의 성적을 무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막강한 유망주는 어떤 거물급 선수와도 맞바꾸지 않을 매력적인 선수지만, 만년 유망주는 그냥 시장에 내놓아도 거들떠보지 않을 선수이다. 왜? 1군에서 보여준 게 없으니까. 반드시 장밋빛으로만 보지는 말자. 누군가의 예상대로 그를 키우지 못한 KIA가 잘못됐다면, 그런 누군가의 예상이 있었기 때문에 단지 그렇게 클 것이라고 생각한 추상적인 기대 또한 분명 잘못된 것이다. 마침 KIA는 포수가 필요했다. 이미 주전으로는 평균 이하로 분류되던 김상훈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그나마 부족한 포수진은 바닥을 드러냈다. 차일목과 송산은 백업으로 쓰기에도 미덥지 못했다. 물론 이성우가 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그는 1군 기록 자체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포수라는 포지션에 주목해야 한다. 고작 8개밖에 되지 않는 프로야구의 실정에 소속팀의 내부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포수를 다른 팀에 내주는 일은 자폭과 같다. 더구나 상당수의 팀이 20세기에 주전이던 포수를 여전히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듯이 포수를 가장 키우기 어렵게 생각하는 현 시스템 상 어지간한 카드로는 실전용 포수를 달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수의 중량만을 두고 SK의 일방적인 승리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성근 감독이 KIA를 도와주기 위한 트레이드였다고 말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박경완에 정상호, 이재원, 이성우 등을 보유하고 있는 SK는 포수 자원에 있어 다른 팀에 비해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 물론 SK입장에도 전력 상 실질적인 포수 자원인 박경완이나 정상호를 내줄 수는 없다. 이재원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내주지도 않겠지만, 설사 내준다 하더라도 수비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당장 활용할만한 포수로의 가치는 떨어진다. SK에서도 지명타자나 1루수로 출전시킬 뿐 포수로는 써먹지 않고 있다. 이성우는 팀 내 4번째 포수로 당장 1군에 잔류할 수가 없는 위치였지만 이미 수비로는 팀 내 2번째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28살로 포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경험도 충분히 갖추었을, 그렇다고 그렇게 나이가 많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에 있다. 아무리 유능한 포수라도 팀 전술에 대한 적응기간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조범현 감독 체제에 야구를 해본 경험은 분명 그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플러스 요인이 됐을 것이다. 지난해 최하위를 했던 팀에 새로운 감독으로와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좋은 선수들의 영입과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상당한 전력 상승요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팬들은 희망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에 20승을 하고 30홈런을 때려줄 용병이 들어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을 수도 없는 일. KIA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차선의 선택은 한 셈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유망주 포기를 선택해야 할 가장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 최소한 애틀랜타는 할 때까지는 해봤다. 봉중근보다 3년을 더 키워봤고, 더군다나 당시 그곳에는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투수코치였던 레오 마조니가 있었다. 27살에 더 나이어린 선발 요원들이 득세한 터라 밀리게 된 것이다. 해볼 때까지 해봤기에 트레이드로 부메랑을 맞을 확률은 적었지만 대신 트레이드로 영입할 수 있는 선수의 가치도 떨어졌다. 소리아노도 물론 좋은 투수지만 그보다 2년 전 라미레즈와의 트레이드 설이 있던 선수는 아메리칸리그 1루수 부문 실버슬러거를 2년 연속 수상한 마크 텍셰이라였다. 결국 선택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자 외에는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유재근 mlb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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