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엄마’김해숙,‘울엄마는연기와결혼했다’

입력 2008-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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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스크린을 휩쓸며 ‘엄마 열풍’을 주도하는 여장부가 있다. 바로 배우 김해숙(53)이다. 헌신적인 엄마, 철없는 엄마, 소매치기 엄마, 사랑에 빠진 엄마 등 다양한 엄마를 도맡으면서 어느덧 그녀 이름 석 자 앞에 ‘국민 엄마’ 수식어가 붙었다. 그만큼 우리에게 다양한 ‘엄마’의 감동을 선사해왔다는 증거일 터. 많을 때는 2∼3편의 작품에 동시에 등장하지만 보는 이가 식상하거나 비슷한 이미지를 주지 않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어머니의 따스함이 더욱 그리워지는 5월, 친숙한 얼굴로 천의 연기를 펼치는 ‘우리네 엄마’ 김해숙을 만났다. - ‘국민 엄마’로 불리는 사실 아는지.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최근에도 ‘국민 엄마’ 관련한 기사를 봤어요. 제가 제일 어리던데요? (웃음) 기라성 같은 대 선배님들 옆에 막내 엄마로 함께 해 기뻐요. 그분들 옆에서면 전 꼬맹이죠. 언제부터인가 제 이름 앞에 붙은 ‘국민 엄마’ 타이틀. 제 나이에 맡을 수 있는 배역은 엄마이고, 한명의 배우로서 ‘국민’이라는 대단한 수식어에 책임을 느낍니다. 연기자로서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죠.” - 엄마역으로 친숙한 다른 연기자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 때문일까, 정말 다양한 엄마를 맡았다. “정말 많아요. 굳이 대표적인 종류를 꼽자면 영화 ‘무방비 도시’에서는 소매치기 대모로 그늘진 엄마를 맡았고, 최근 개봉작 ‘경축! 우리사랑’에서는 21살 연하와 사랑에 빠지는 엄마를 했죠. 지금 출연중인 SBS ‘조강지처 클럽’에서는 바람 피는 아들로 인한 며느리의 마음을 동정하면서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현실적인 어머니를 하고 있죠.” - 다작을 하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겹치는 느낌이 없다. “보는 분들은 ‘엄마’ 역할이 다 똑같다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에게는 모두가 다른 작품이에요. 제 나름대로 젊은 배우 못지않게 매 작품 올인하고 있죠. 역할을 맡을 때마다 살을 뺐다 찌웠다, 미묘한 대사의 톤 차이를 주며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무방비 도시’ 때는 날렵한 엄마 모습을 위해 3.5kg을 감량했고, 드라마 ‘장미빛 인생’에서는 전날 라면 몇 개를 먹고 얼굴을 붓게 한 뒤 촬영장을 찾았어요. 먹는 것을 좋아해서 살을 찌우는 역할은 즐거워요. 반면 나이가 들다 보니 1kkg이라도 체중을 줄이기는 지극히 고통스러운 일이죠.” - ‘국민 엄마’ 김해숙은 집에서는 어떤 엄마인가. “나름 최선을 다하는 엄마라고 자부해요. 연기가 아니면 집을 늘 지켰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꼬물꼬물 아기일 때는 화장품 가방을 들고 울면서 뛰쳐나오곤 했어요. 지금은 각자의 영역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시집갈 나이가 됐어요. 제가 엄한 어머니 밑에서 컸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해왔어요.” - ‘국민엄마’의 아이들 교육법은. “우리 아이들은 유학파가 아니에요. 6개월 정도 해외 연수만 보냈죠. 8학군 지역에 집이 있어서 주변 권유에 유학을 보낼까 생각해 봤는데 어린 애를 먼 곳에 보낸다는 것이 안쓰럽더라고요. 애들에게는 ‘안 되는 것’, ‘되는 것’, ‘거짓말 말라’는 3가지는 엄하게 가르치며 키운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최선을 다하는 엄마 모습을 보여준 것이 가장 큰 교육이 된 것 같아요. 그 때문인지 우리 아이들은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면서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 아이들 눈에 ‘워커홀릭’ 엄마는 아닌지. “보통 두 세 작품을 같이 하게 되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만약 드라마를 여러 개 하고 있는데 영화 개봉까지 겹치게 되면 홍보 일정 때문에 풀 스케줄일 때가 부지기수에요. 최근에는 KBS1TV ‘미우나 고우나’, SBS '조강지처 클럽‘, 영화 ’박쥐‘ 촬영이 겹쳤어요. 일일극이 끝나 한숨 돌렸네요. 하루 스케줄이 24시간을 넘길 때도 있죠. 그래도 행복해요. 연기는 나에게 목숨과 같아요. 일을 한 달만 쉬면 불면증에 걸릴 정도에요. 일터와 집만 오가느라 변변한 친구도 없죠. 절친한 고등학교 동창 2명이 이민 간 뒤에는 국내에 친구도 없어요. 일은 나에게 취미이자 특기입니다. 남들 다 배운다는 골프도 안 쳐요. 몇 번 배워봤는데 골프를 배웠다가 연기 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정말 일을 사랑하는구나’. 사랑이 나눠지면 안 되잖아요.(웃음)” - ‘국민 엄마’ 김해숙을 키운 어머니는 어떤 분인지. “무남독녀인 저를 홀로 키우셨어요. 애지중지 보다 강건하게 키워주셨죠.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어요. 현재 아흔이 넘으셨고 2년 전 집에서 넘어지신 뒤로는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세요. 살아오면서 어머니 속상하게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겠지만 가장 믿고 기댈 곳도 어머니 아닐까요. 저 또한 자식들에게 그런 엄마고요. 새삼 바쁘게 사는 저를 돌아보게 되네요. 이번 어버이날을 계기로 조금 더 잘해야겠어요.” - 가장 준비를 많이 했던 작품은 어떤 것인가. “아무래도 영화 ‘무방비 도시’ 같아요.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데 살은 빼야 하니까 헬스를 끊었죠. 액션 스쿨에서 무술 연습도 했고, 두들겨 맞기도 했죠. 이 나이에 액션물 소화하려니 고생이 많았어요. 하루 연습하고 10일 앓았죠. 리얼한 연기를 위해 소매치기 교육도 받고 매일 연습했습니다. 물만 먹어도 찌는 나이에 3.5kg이나 빼려니 정말 죽겠더라고요.” - 장동건, 원빈, 최지우, 손예진 등 ‘한류 스타’의 엄마를 도맡았다. “한류의 첫 시발점인 ‘겨울연가’ 등 윤석호 감독의 4계절 시리즈에 모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컸죠. ‘겨울연가’의 최지우 엄마, ‘가을동화’와 영화 ‘우리 형’의 원빈 엄마, ‘여름향기’의 송승헌 엄마, 영화 ‘파랑주의보’, ‘해바라기’, ‘무방비도시’에서 차태현, 김래원, 손예진 엄마를 했죠. 덕분에 ‘아줌마 한류’의 주인공이 됐어요. 일본에서 화장품 CF도 찍고 에세이집도 내서 인기가 있었어요. 이 나이에 해외에서 사랑을 받다니, 정말 행복한 사람이죠.” 철없는 엄마, 사고치는 엄마, 귀여운 엄마, 촌스러운 엄마, 헌신적인 엄마, 동정 가는 엄마... 작품 송 ‘엄마’의 모습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 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김해숙. 앞으로도 그녀가 보여줄 엄마의 모습은 무궁무진하다. “난 연기와 결혼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 그녀는 “내 안에서 꺼내지 못한 엄마의 모습이 아직 너무나 많다”며 눈을 빛냈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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