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의감독읽기]‘인천팀문제지적’장외룡의겸손

입력 2008-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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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4위라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8경기를 치른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는 승점 14점에 4위. 초반 수원의 승점 싹쓸이만 아니라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수원, 성남에 비하자면 그리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선수들을 데리고 이룬 성적이다. 승률은 50가 넘고, 실제로 리그에서 잃은 경기는 2경기에 불과하니 나쁘다 탓할 수도 없겠다. 그런데 장외룡 감독이 갑자기 팀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컵 대회에서 제주에 0-4 대패를 당하고 나니 문제점도 보이고 면목도 없으리라. 하지만 팬들과 언론을 상대로 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통의 감독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기에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축구 감독은 선수만 상대하는 게 아니다. 선수들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한다. 감독이 상대해야 하는 이익 단체들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팬이 있다. 팬이 원하는 것은 승리요 영광이다. 라이벌을 상대로는 특히나 무슨 일이 있어도 패하지 말아야 한다.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패해서는 안 되고 리버풀은 에버턴에게 패해서는 안 되며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해서는 안 된다. 통상 구단에게는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리그 순위가 있다. 기대 순위를 벗어나서도 안 된다. 팬들이 비교적 단순한 욕망을 드러낸다면 언론은 보다 심오하다. 언론은 이용할 수도, 거꾸로 이용당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선수들은 또 어떤가? 예전처럼 돈을 가지고 선수들을 부릴 수 있는 처지이거나, 혹은 구시대적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일방적인 헌신을 끌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선수들은 영악하고 감독은 한사람이다. 선수들의 다양한 개인적 욕망을 이끌어내어 운동장에서 뛰게 하려니 이것도 만만치 않다. 구단주는 예산 줄이라고 닦달이다. 누구나 뛰어난 선수가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구단주를 설득해 선수 영입비용을 충당하자니 사무실 들어가서 만날 우는 소리를 해야 한다. 감독의 일이 쉽다면 축구 감독에게 부와 명예가 감히 허락되겠는가? 필자가 보기에 장외룡 감독의 ‘인천Utd를 향한 고언’은 상충하는 관심들 사이에서 이들을 필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장 감독의 노력으로 보인다. 그가 말한 전술이니 선수단 운영이니 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말할 수 있는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하니 진정한 내면의 토로라기보다는 일종의 조정역할이 아닐까? 팬, 언론, 선수, 구단주, 더 넓게는 축구계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장 감독의 겸손은 그래서 배울 점이 많다.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호남대 스포츠레저학과 겸임교수. -2003년 1년간 부천 SK 프로축구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느꼈던 감독의 희로애락을 직설적으로 풀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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