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두쪽나도만수는대구데이~”

입력 2008-05-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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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삼성 선동열 감독은 9일 SK전에 앞서 “이만수 코치는 행복하구먼. 내가 광주 가도 저러진 않는데”라고 불쑥 내뱉았다. 대구구장 우측 외야석에 걸려 있는 삼성 현역 시절의 헐크 이만수 사진이 들어있는 대형 현수막을 보더니 꺼낸 말이었다. 이 플래카드는 10일에도 같은 자리를 지켰다. #장면 2: 이 코치는 대구 원정 3연전 기간 경기 전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고, 야구공을 나눠줬다. 마치 인천 문학구장 홈팬들을 대하듯 했고, 대구 팬들도 상대팀 코치라 여기지 않는 듯 했다. 이 코치의 선물을 받은 어떤 팬은 답례로 홍삼진액 한 박스를 주기도 했다. #장면 3: 11일 경기 직전, 대구구장 식당 할머니가 SK 덕아웃을 찾아왔다. “김성근 감독과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고, 김 감독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포즈를 취하는 와중에도 “이만수 코치랑 찍어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3일에 걸쳐 목격된 이런 조각들을 모아보면 ‘대구정서’란 그림이 드러난다. 이만수 코치가 삼성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잊지 않고 필드에 꽃을 던지고, 관중석에 대형 플래카드를 걸어놓는 곳이 바로 대구다. 광주 출신 선 감독이 2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냈어도 대구는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는 듯하다. 최근 조계현 투수코치의 1군 승격으로 삼성 수뇌부의 해태 색깔은 한층 강해졌다. 택시를 타면 “이겨도 재미가 없다. 예전의 공격야구가 그립다”는 얘기가 거리낌없이 나온다. 실제 11일을 포함해 대구구장은 시즌 4차례 만원관중을 이뤘지만 스폰서 협찬을 받는 무료입장이 아니면 쉽지 않다. 가을에도 야구할 수 있게만 해주면 외국인이라도 상관없다는 부산의 롯데나, 비(非)토박이들이 연고 지역 팬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인천의 SK와 극명하게 엇갈리는 정서가 아닐 수 없다. 합리성이나 실익을 따지기보다 유대의식과 의리를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한 대구정서이기에 외부인은 이해하기도,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정치적 선호를 따져 봐도 대구-경북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핵심 텃밭이다. 그 근원엔 ‘박정희 대통령 향수’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이 맥락에서 보자면 ‘대구 야구의 적자’로 이만수는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실상이야 어쨌든 “대구에서 이만수는 신(神)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 대구 민심이다. 이에 대해 이 코치는 함구로 일관했다. “나는 SK다. 감독님도 계시니 봐 달라”며 일체의 코멘트 없이 극도로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대구 팬들의 환대가 싫지 않은 기색까지 숨기진 못했다. 대구=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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