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배우인생’관록의노신사,신구“은퇴?허허허잊혀져갈때쯤떠나야지”

입력 2008-05-1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쩐’과‘인기’그리고‘삶’에대한솔직한대화
“배우의 퇴직금이라….” 노년의 배우와 돈에 대해 이야기했다. 질문의 대상은 신구(72)였다. 그는 요즘 ‘돈이 도대체 뭐 길래’가 주제인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케이블 채널 tvN의 ‘쩐의 전쟁-the original’(극본 김진수·연출 이정표). 신구는 이 드라마에 앞서 지난 해 SBS에서 방영한 같은 제목의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고희를 넘어선 나이에 연기자로서 45년째 근속(?) 중인 관록의 노신사.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또 어떻게 썼는지부터 돈이란 무엇인지란 선문답과도 같은 질문까지. 수식어 빼고 ‘날 것’으로 던지는 까마득하게 젊은 기자의 직격탄에 신구는 짧지만 여운을 남기는 그리고 솔직한 대답으로 돈을 말했다. ○ “돈은 가까이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는 거지요.” - 1962년 데뷔했으니 회사원으로 치면 근속 년수가 45년째입니다. 회사원은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퇴직금을 받지요. 배우에게 근속의 보상은 무엇일까요. “퇴직금이라…, 없지요. 굳이 말하면 사람들이 날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것이 배우의 보상이겠지죠.” - 45년간 쉼 없이 뛰었으니 노후 걱정은 크게 없겠습니다. “그러게 잘 모아둬야 하는 건데 말이죠. 배우가 사실 돈 쓰기 바쁜 직업이에요. 모아둔 게 별로 없어요.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쓰고 살았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니겠소.” - 노년의 배우에게 인기란 무엇입니까. “별로 한 것도 없는 노인을 여러분이 사랑해주니 고마운 일이죠. 인기는 내가 앞으로 얼마나 일할 수 있을 것인가를 좌우하는 은퇴 시점이 아닐까…. 촬영 현장에서, 또 팬들이 더 이상 날 품어주지 않으면 거기가 끝인 거요.” - 배우 신구에게 은퇴란 없는 것 같습니다. “생명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오. 은퇴란 것이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내가 필요하다고 찾을 때까지는 건강 유지하고 늘 준비해야겠지요.” - 돈이란 무엇인지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다. 가까이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돈을 모으자고 너무 집착을 해도 문제고, 그렇다고 도외시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인거고.” - 드라마 ‘쩐의 전쟁’을 방송사를 옮겨가며 두 번이나 연기하셨습니다. “제작사가 찾아주니 그런 거지요.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오. 사채 사무실 사장으로 역할도 같아요. 박신양에서 박정철로 직원들만 바뀐 것이죠. 예전이나 지금이나 직원들이 잘해, 열심히 하고.” ○ “대본과 씨름하다보니 벌써 일흔이 넘었구려.” - 오랜 경력이 증명하듯 배우로서 성공한 듯 보입니다. 자연인 신구의 삶은 어땠습니까. “배우 신구로 살아가면서 자연인 신구는 재미없는 삶을 살았다면, 이게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은데…. 오로지 대본만 가지고 씨름하다보니 벌써 이 나이가 됐어요. 배우로서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했지요.” - 상당수의 후배 연기자들이 선생님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한테 술 사준 적 별로 없는데, 허허.” - 배우 겸 가수 비의 데뷔작 KBS 2TV ‘상두야 학교가자’에 출연하셨습니다. 비가 할리우드에 진출했어요. 선배로서 충고 하나 해주신다면. “녀석이 잘하고 있는데 무슨 충고를 해. 다만 이 사람의 노파심이라면 너무 우쭐해하지 말고 매사에 겸손하면 된다. 지금처럼 밀고 나가면 되요. 자랑스러워.” - 요즘 후배들에게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글쎄, 진득하게 참고 기다리는 인내는 필요할 거에요. 세상에 너무 빨라져서 혼자 그 속도를 견뎌내는 게 참 어렵겠소만.” ○ “노배우의 취미? 김치찌개에 소주 반 병이 전부.” - 일과를 마치고 난 이후는 어떻습니까. “이젠 나이가 들어 같이 술 먹자는 사람도 없고. 집에나 가야지, 허허. 집사람하고 밥 먹고, 식사 마치면 책을 보거나 집 앞 산보를 하거나. 그게 전부요.” - 특별한 여가 활동은. “취미? 없어요. 저녁 때 반주 겸 소주 한 잔 하는 게 취미라면 취미겠는데. 내가 나를 친구삼아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 좋지요. 집사람? 한 잔도 못해.”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