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풍요속빈곤‘베이징의두얼굴’

입력 2008-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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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베이징을 변화시켰다. 베이징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길은 화초, 가로수 등으로 꾸며져 있다. 거리정화사업으로 노점상도 정리됐다. 1일부터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대기오염문제도 자구책을 내놓았다. 베이징의 자가용은 300만대. 올림픽 기간 동안 홀·짝수 운행으로 하루 130만대의 차량통행제한 효과를 본다는 계획이다. 인공강우로 대기를 씻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주경기장 ‘궈자티위창’은 관광명소가 됐다. 공안이 접근을 통제하고 있지만 철조망 밖으로 중국인과 외국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수이리팡(水立房)이라는 이름의 수영장은 직육면체 물기둥이 솟아오른 모습으로 반짝였다. 중국인 왕정(32)은 “모든 중국인들이 (이 건축물들을)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미국인 관광객 제프 백(41)은 “중국의 발전상이 놀랍다”면서 “거대한(giant)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베이징의 분주한 모습은 20년 전 서울과 닮아 있었다. 서울올림픽 직전, 김포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진입하는 길 역시 녹화사업이 한창이었다. 상도동 등 서울 곳곳에서 무려 72만 명의 노점상·도시빈민들도 도시미관을 이유로 껌 딱지처럼 떨어져나갔다. 국제구호단체 주택권리와 강제퇴거센터(COHRE)에 따르면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베이징에서 쫓겨난 도시빈민은 무려 125만 명. 2007년 4월에는 철거민이 분신하는 일까지 있었다. COHRE는 “6000여명 만이 보상금을 받았다”고 했다. 그마저도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적다. 철거된 자리에 들어선 아파트들은 투기의 대상이 됐다. 현지 가이드 신호우(35)씨는 “베이징의 아파트는 보통 116m²(35평)에 한화 3∼4억원, 주경기장 앞에는 7∼8억원을 호가한다”고 했다. 부동산이라면 금메달감인 한국인들도 투기 대열에 합류했다. 결국 중국 정부는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으면 외국인이 집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만들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 同一個夢想)’이라는 베이징올림픽 슬로건은 시내 곳곳에 걸려있었다. 하지만 세계로 웅비하겠다는 중국의 야망 속에 가려진 노숙자의 뒷모습은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라는 슬로건 속에서 희생된 상도동의 그림자처럼 처량했다. 휴머니즘을 표방하는 세계인의 축제가 빈부격차를 부추긴다는 사실은 앞뒤가 맞지 않아보였다. 베이징=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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