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美펜싱대표에밀리크로스…한손엔‘검’한손엔‘메스’

입력 2008-05-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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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딸의 경기 장면을 비디오에 담기 바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라고 했다. 헌신적인 모습이나 자식 자랑에 열을 올리는 것이 천생 한국어머니다. 미국 펜싱대표팀 여자플뢰레 에밀리 크로스(22·사진)의 어머니는 한국계 김세향(52)씨. 12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김세향씨는 미국인 남편을 만났다. 펜싱선수로 활약한 경력이 있는 남편은 운동신경이 남달랐던 딸에게도 검을 쥐어줬다. 크로스는 2006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펜싱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주니어펜싱선수권에서는 3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도 세계랭킹 13위로 미국의 에이스다. 크로스의 능력은 운동에 한정되지 않는다. 록펠러의학연구소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하버드 의대에 진학했다. 김세향씨는 “직업선수들은 하루에 8시간 훈련하지만 크로스는 1주일에 8시간 훈련할 뿐”이라면서 “부족한 트레이닝은 영리한 플레이로 메운다”고 했다. 크로스는 17일, 2008 제주 SK텔레콤 여자플뢰레 국제그랑프리 개인전 64강에서 덜미를 잡혔다. 김세향씨는 “크로스의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듣고 속이 상했다. “크로스가 직업선수로 활동한다면 발렌티나 베잘리(세계랭킹 1위·이탈리아)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크로스는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세계랭킹을 얻기 위해 휴학계를 내고 전 세계를 돌며 경기를 펼쳤다. 올림픽이 끝나면 펜싱 검을 내려놓고, 캠퍼스로 돌아가 메스를 잡을 예정. 크로스는 한국이 친숙하다. 비빔냉면을 좋아하고, 외할머니가 만들어주는 갈비찜을 어릴 적부터 즐겼다. 한국선수들과는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할 정도로 교분이 두텁다. 서울에서 열린 2007 SK그랑프리 때는 남현희의 소속팀 서울시청에서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크로스는 “날씨와 음식, 사람들 한국의 모든 것이 좋다”면서 “선수로서는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제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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