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취재온英기자“지성영국서도통해요”

입력 2008-05-2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 2, 3층에 위치한 프레스룸은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명의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정보를 발굴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하루에도 수십번씩 취재원과 전화통화를 하고, 마감과의 전쟁 때문에 대다수가 지친 얼굴을 하고 있다. 결승전이 열리기 몇 시간 전, 박지성의 선발 출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차에 피곤한 기색의 한 기자가 다가왔다. 그는 “한국에서 온 기자를 찾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줄 수 있느냐”고 예의를 갖춰서 말했다. 사실 기자가 기자를 취재하는 것도, 또 취재원이 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 아닌가. 일단 신분을 물으니 그는 영국 유력 주간지인 ‘더 옵저버’의 제이미 잭슨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시 취재의 목적을 물으니, 그는 “박지성을 취재하려는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 기자를 통해 박지성에 대한 소스를 얻고 기사를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듣고보니, 박지성 기사 때문이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떤 종류의 기사냐는 질문에 그는 “Who's Park”이라면서, 박지성에 관한 모든 것을 “아주 크게, 그리고 정말 상세하게” 다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지성이 영국에서도 충분한 뉴스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케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그렇게 해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그는 가족관계, 성품, 한국에서 박지성의 위상 등 경기 외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 질문이 의미하는 것은 그라운드에서의 평가는 이미 합격점을 줬고, 이제 그의 배경이나 인물 됨됨이를 한번 살펴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박지성의 위상이 영국 내에서 얼마나 높아졌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별 관심이 없던 영국 언론들도 이번 챔피언스리그를 계기로 박지성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비단 옵저버 기자 뿐 아니라 모스크바에서 만난 영국 기자들은 한국 기자라고 판단되면 “팍(지성), 굿”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울 때도 많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3년만에 주요 뉴스원이 된 박지성. 한국이나 아시아 무대가 아니라 유럽에서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