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협회-연맹-구단엇박자…예견된침몰

입력 2008-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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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의 꿈이 좌절됐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 예선 1, 2차전 푸에르토리코와 태국을 꺾고 기세를 올린 한국은 25일 도미니카공화국에 패하는 등 내리 5연패, 도합 2승5패로 본선 진출에 끝내 실패했다. 1964년 올림픽에 첫 출전해 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한국이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정치적 이유로 불참한 80년 모스크바 대회와 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포함 세 번째다. 사상 첫 메달 획득에 실패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최악의 비극. 기대 이하의 행정으로 빚어진 엇박자가 한국을 이 지경으로 내몰았다. 정대영(GS칼텍스), 김연경, 황연주(이상 흥국생명) 등 주력들이 부상 등 개인적인 사유나 ‘선수 보호’를 이유로 든 구단의 반대로 대표 합류를 거부해 한국은 애초에 최강 전력이 아니었다. 한 달전부터 소집 훈련을 해왔으나 V리그 시즌이 막 끝나 초반 2주는 컨디션 조절에 매달려야 했다. 4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걸린,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위기감을 느끼기는 커녕 협회와 연맹, 구단은 대표 차출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협회는 연맹을, 연맹은 구단을, 구단은 협회를 다시 성토했다. 집단 이기주의가 발동한 셈이다. 입장차를 떠나 특정 사안을 놓고 줄곧 평행선을 달려온 삼자였기에 배구계의 분노는 대단하다. 한 원로 배구인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협조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가 떠넘기기만 하니 어떻게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선수단의 실력도 문제였다. 한국 배구가 오래전부터 자랑해온 조직력은 물론, 패기와 근성도 떨어졌다. 한 수 아래로 여긴 태국에 간신히 이긴 모습이나 수년간 우세를 지켜온 카자흐스탄과 도미니카공화국전 연패는 큰 충격이었다. 프로 출범 3년. 오히려 실업 시절보다 퇴보했다는 지적이다. 이정철 감독은 “주축 선수가 대거 빠져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한다. 우리 수준이 다른 팀에 비해 낮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단장 자격으로 선수단을 이끈 김형실 협회 전무는 “우리 선수들은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모두 어른들(협회, 연맹, 구단)의 잘못이다”고 했다. 김화복 협회 사무국장은 “실망스럽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적어도 대표팀이 구성될 땐 삼자간의 원활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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