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기자의장타대회참가기]‘3일특훈’300야드샷…“우승기쁨저리가라”

입력 2008-05-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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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야드 파4 홀, 230야드 앞에 워터 해저드가 있고, 넘기려면 250야드 이상을 보내야 한다. 이럴 때 대부분의 남성골퍼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드라이버를 꺼내든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만…. 남자는 비거리다. 그래서 곧 죽어도 드라이버로 승부를 건다. 페어웨이 우드나 롱 아이언으로 티샷하면 비겁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우리의 골프문화다. 장타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50인의 대한민국 골퍼가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골프장에 모였다. 2008 한국장타선수권 대회 참가를 위해서였다. ○장타는 힘이 아닌 기술   장타가 힘으로만 가능했다면 천하장사 출신의 최홍만은 K-1 무대가 아닌 필드에 섰어도 충분히 성공했을 것이다. 장타는 기술이다. 힘과 스피드, 절묘한 타이밍의 3박자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대표적인 선수가 앤서니 김이다. 그는 178cm 73kg의 크지 않은 체구에도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는다. PGA투어 7위로 타고난 힘에 빠른 헤드 스피드, 절묘한 스윙 타이밍을 통해 장타를 구사한다. 기자는 이번 장타 대회 출전을 앞두고 골프전문 휘트니스센터인 JKGC를 찾아 특훈을 받았다. 트레이너 정광천 씨의 도움을 받아 장타에 필요한 힘과 스피드, 몸의 균형을 찾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돌입했다. 정광천 씨는 “장타에 가장 효과적인 운동법은 힘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며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피드 향상과 스윙 밸런스 유지에 집중하라고 권유했다. ○누가 장타 대회에 참가하는가 26일 오크밸리 골프장에는 내로라하는 전국의 장타족들이 몰렸다. 한 방 한다는 아마추어 고수부터 프로골퍼, 왕년에 힘 좀 썼다는 시니어골퍼까지 드라이빙 레인지를 가득 메운 골퍼들은 연습 때 우렁찬 스윙과 타구음으로 ‘기’ 대결을 펼쳤다. 참가자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이글거렸다. 지난해 본선까지 진출했다가 입상권에 들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는 세미프로 윤재인(30) 씨는 “이번에야 말로 장타왕은 내 차지”라며 의욕을 불살랐다. 그는 “매일 별도로 시간을 내 장타 연습을 할 정도로 욕심이 생겼다. 장타하면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더 열심히 연습했다”며 우승을 자신했다. 목표는 360야드 이상이라고 했다.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몇 차례 프로테스트에도 응시했던 탤런트 차광수 씨는 아마추어 자격으로 장타 대결에 합류했다. “작년 대회에선 316야드를 날렸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숨막히는 장타열전 공식 연습시간이 끝나자 곧바로 대회가 시작됐다. 조 추첨 결과 기자는 일반부 2조 1번으로 결정됐다. 나이(45세)를 기준으로 일반부와 시니어부로 나뉘고 일반부는 다시 1∼4조까지 조를 편성했다. 첫 번째 참가자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 티를 꽂았다. 모두 숨을 죽이고 선수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깡’하고 날아가는 볼은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면서 OB 지역으로 떨어졌다. 대회 규정 상 다섯 번 샷을 시도해 그 중 270야드 이상 날아가 40야드의 폭 안에 볼이 떨어진 타구만 기록으로 인정된다. 두 번째도, 세 번째 샷도 모두 OB가 났다. “긴장하지 말라”는 사회자의 말이 들려왔고 잠시 숨을 고른 참가자는 에임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네 번째 샷을 날렸다. 큰 굉음을 울리며 티를 떠나간 볼은 페어웨이를 따라 쭉 날아가 300야드를 훌쩍 넘긴 지점에 떨어졌다. 320야드로 무난한 기록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참가자의 성적은 302야드와 315야드로 예선 통과를 기대하기엔 부족했다. 장타대회라고 모두 장타왕에 욕심을 내고 출전하는 것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자신만의 기록 도전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예상보다 미흡한 기록이 나왔지만 실망하지 않고 결과에 만족해하는 모습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1조 마지막 선수로 출전한 탤런트 차광수 씨는 다섯 번의 시도 중 세 번을 페어웨이에 떨구는 안정된 샷을 보이며 최고기록 326야드를 날려 장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기록을 깬 차 씨는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꿈의 비거리 300야드 돌파 골프의 꽃이 드라이브 샷이라면 꽃 중의 꽃은 ‘장타’다. 기자가 이번 대회에 출전한 가장 큰 이유는 장타왕이 아닌 아마추어에게는 꿈의 비거리로 불리는 300야드 돌파가 그 목적이었다. 300야드 달성을 위해 취재시간 틈틈이,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혹독한 3일간의 특훈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 순간이 다가왔다. 결과는 단 2분 5초에 모두 판가름 난다. 긴장감은 평소의 열배 아니 스무 배 이상으로 강도가 높아졌다. 갤러리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이 마치 프로골퍼로 투어에 출전한 느낌이었다. 첫 티샷은 왼쪽으로 휘어져 OB가 됐다. 두 번째 샷도, 세 번째 샷도 마찬가지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연습 스윙을 몇 차례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제발 이번만은 꼭 페어웨이로 날아가라’는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힘차게 클럽을 휘둘렀다. ‘까∼강’하고 날아간 볼이 페어웨이 한복판을 갈랐다. 멀리 더 멀리 힘차게 날아가는 볼은 300야드 가까이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거리 측정 결과 306야드로 기록됐다. 아마추어 골퍼의 소박한 꿈이 현실이 됐다. 한방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어떠한 실수도 치유하는 통쾌함은 엔돌핀 그 이상이다. 다섯 번의 시도 끝에 단 두 번 밖에 성공하지 못했고, 참가선수 중 꼴찌에서 두 번째 성적에 불과했지만 꿈의 300야드를 넘겼다는 쾌감은 우승자에 비할 바 아니었다. 이날 대회에서는 379야드의 괴력을 뽐낸 28세의 아마추어 골퍼 박준상 씨가 장타왕에 등극했다. 최종 결선에서 장타왕에 등극한 선수에게는 일본에서 개최되는 드라이브 콘테스트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장타는 모두를 즐겁게 한다. 보는 사람은 통쾌함에 시원하고, 치는 사람은 짜릿함에 쾌감을 느끼게 하는 골프의 꽃이다. 원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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