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가슴에핏발이서다

입력 2008-06-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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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는 젊은 기사들 중 ‘꽃미남’ 서열의 상석에 속한다. 기자 개인적으로도 바둑 두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 만한 인물 찾아보기 힘들었다. 운동도 잘 한다. 요즘은 후배들에게 체력적으로 밀리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그가 미드필드에서 볼을 딱! 치고 달리는 모습은 몹시도 ‘안정환’스러웠다. 성격조차 좋으니 “왜 이런 이정우를 세상 여인들이 내버려두고 있는 것일까?”란 의문이 남지 않을 수 없다. <실전> 흑1이 놓인 시점에서, 바둑은 흑이 나쁘지 않다. 이 ‘나쁘지 않다’는 프로들이 잘 쓰는 표현으로 ‘흑이 괜찮다’의 ‘몸사림’버전이다. 나쁘지 않은 바둑이 단 한 수에 나쁜 바둑으로 돌변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이다. 흑5로 끼운 수가 아쉽다. <해설1>처럼 흑이 할 것 다 해놓고 나와 끊었다면 백의 등짝에 식은땀 깨나 흘렀을 것이다. 실전은 그냥 끼워 요런 오묘한 맛이 다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실전> 백14가 반전의 한 수이다. 백이 16으로 젖히고 18로 끊는 수가 되어서는 백이 죽을 일이 없게 됐다. 흑으로선 5로 끼워놓은 탓에 <해설1>의 수순이 안 되는 것이다. 흑이 23으로 따낸 수는 어땠을까? <해설2> 흑1로 꾸욱 잇는 것. 백2로 이으면 3으로 진격의 나팔을 분다. 독자들의 눈을 피로하게 해드려 죄송하지만 워낙 기막힌 수순이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복잡한 수읽기는 차치하고, 이 그림의 결말은 흑25까지 흑이 선패를 얻는다. 초반무패! 그렇다. 이것이었다면 초장에 흑이 백의 턱에 풀스윙 훅을 한 방 먹일 수 있었던 것이다. 얄밉게도(?) 상대 윤찬희는 이 수를 훤히 읽고 있었다. <해설2>는 대국이 다 끝나고 복기를 하면서 윤찬희가 그려 보인 그림이었던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이정우의 가슴 속엔 핏발이 섰을 것이다. 어쨌든 백26까지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 우열도 바꿔치기 되었다. 이젠 백이 좋은 바둑인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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