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골프평균지표“한달3회라운드에43만원쓴다”

입력 2008-06-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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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엔 건설회사에서 부장으로, 주말이면 골프장에서 굿샷을 외치는 주말골퍼 김보기(42)씨. 이번 주말 모처럼의 필드 약속이 행여 비 때문에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3년 전 겨울, 실내 연습장에서 3개월 레슨을 받으면서 시작한 골프가 이제는 유일한 낙이다. 김보기 부장은 한달에 두 번 골프장에 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 번 정도 나갔는데, 주말 그린피가 25만원까지 인상돼 두 번으로 줄였다. 1년이 조금 넘어 100타를 깨는 행운을 얻기도 했지만, 라운드 횟수가 많지 않다보니 생각처럼 골프실력이 쉽게 늘지는 않는다. 베스트 스코어 89타에, 평균 스코어는 90대 초중반이다. 싱글의 꿈은 아직도 멀었지만 그렇다고 골프가 재미없는 건 결코 아니다. 동반자의 성화에 못 이겨 내기도 하지만 게임의 묘미를 위해 5만원 씩 거둬 스킨스 게임을 하는 정도다. 어쩌다 돈을 조금 따면 캐디피를 대신 내주고, 잃더라도 5만원 정도이기에 큰 부담은 없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고민이 생겼다. 애들 학교 보내고 나면 심심하다던 아내가 “나도 골프를 배워보면 어떨까”하는 말에 가슴이 철렁 거렸다. 연말에 직장 동료들과 3박4일 동안 해외로 골프투어를 가려고 월 10만원씩 비상금을 모아두고 있었는데 덜컥 아내가 골프를 배우겠다고 나서면서 비상금을 털어내야 할 상황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김보기 부장의 골프생활이 바로 대한민국 골퍼의 평균이다. 대한골프협회와 경희대학교 골프산업연구소가 3월 17일부터 4월 20일까지 35일간 전국 16개 시도 20세 이상 성인 남녀 473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한국의 골프지표’에 따르면, 골프인구는 성인을 대상으로 10명 중 1명 정도였고, 평균 연령은 40대가 가장 많다. 한달 평균 지출하는 골프비용은 43만원, 라운드 횟수는 3회로 나타났다. 성인 2800만 대비 국내의 골프 참여인구(골프를 한번 이상 해본 사람)는 총 275만 명으로 골퍼들이 한 달 동안 골프활동에 사용하는 비용은 월 평균 1조 856억원이었다. 지난해 해외골프를 다녀온 골퍼는 57만 명으로 지출액은 2조748억원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골프를 배워보고 싶다는 잠재적 골프인구는 1006만 명으로 전체의 38.8로 조사돼 뜨거운 골프열기를 대변했다. 국내 골퍼들의 평균타수는 91∼100타가 26.3로 가장 많았으며, 여자 평균은 101∼110타(30.4)가 가장 높았다. 싱글 핸디캡 수준인 80타 이하의 성적을 내는 골퍼는 전체의 4.2에 불과한 10만 5000명으로 조사됐다. 의외의 결과는 91∼100타 미만의 골퍼들은 실외 골프연습장을 선호하는 반면, 81∼90타 골퍼들은 실내 골프연습장을 자주 이용한다고 답한 것이다. 골프를 즐기는 50대와 60대 중에선 ‘친분을 위해서’ 골프를 하고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20대와 30대는‘취미활동’이라고 응답했다. 골프에 입문한 골퍼는 한번 쯤 싱글 핸디캡의 꿈을 꾼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는 골퍼는 겨우 25명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고 낙담할 수준은 아니다. 김보기 부장처럼 골퍼 중 절반 이상은 보기플레이어의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희열을 느끼며 골프의 묘미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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