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의변화…“승리보단시원한경기를”

입력 2008-06-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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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도 할 겸 응원도 할 겸 크게 부담 갖지 않고 왔어요.” 14일 오후(한국시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2010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 경기를 1시간 여 앞두고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시내에 위치한 재래시장에서 ‘붉은 악마’ 정기현(33)씨를 만났다. 정씨는 붉은 악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졌다. 현재 붉은 악마 서울지부장이고, 붉은 악마에서 여차친구 김소나(25)씨를 만나 6년째 사랑을 키워오고 있다. 이들 커플을 포함한 101명의 붉은 악마들은 대한축구협회에서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14일 이른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8시간의 비행 끝에 아슈하바트에 도착했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경기를 보고 곧바로 귀국해야 하는 무박 2일의 고된 일정. 더구나 개인당 35만원이라는 만만찮은 비용도 지불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원정 응원은 이런 부담도 감수할 수 있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붉은 악마 출범 초기, 대표팀 경기 결과에 응원단의 희비가 엇갈리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정씨는 “이제 대표팀이 졌다고 비통해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못 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 오히려 매번 나가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인 것 같다”며 “요즘 K3에 좋아하는 팀이 생겨 그 팀을 응원하는 재미에 산다. 오늘은 여자친구와 함께 편한 마음으로 응원을 왔다”고 말했다. 축구 그 자체를 즐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붉은 악마가 본분(?)을 잊고 때로 대표팀에 질책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지금과 같은 응원 문화가 자리잡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붉은 악마 전세기 원정 응원단은 지난해 11월 올림픽팀이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졸전을 펼치자 경기 중 두 차례나 ‘정신 차려 한국’이라는 구호를 외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정씨는 “내용이 안 좋으면 결과에 관계없이 잘못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붉은 악마 행정 간사 김정연(33)씨 역시 “2002년 직후에는 일본 우라와 레즈에 대표단을 보내 선진 서포터스 문화를 벤치마킹하는 등 우리나라 축구 응원 문화를 선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요즘에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붉은 악마 응원석에 앉는 사람들도 많다. 결과에 관계없이 대표팀이 좀 시원한 경기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슈하바트(투르크메니스탄)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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